이재언 미술평론가
우리가 앞으로도 간직해야 할 가치가 많지만, ‘선비정신’을 꼽고 싶다. ‘선비’는 계급이 아니라 정신이며, 핵심은 취미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오늘의 뜨거운 교육열도 그 유산의 한 조각이다. 물론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조선 시대 노비 신분이면서도 시문으로 이름을 떨친 ‘정초부’라는 선비상도 있지 않은가.
‘월하(月下)의 묵객’ 안용선의 화면에서 선비로 걸어온 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중후하고 은유적인 수묵에서 군자의 이상과 풍모를 흠모하는 바가 역력하다. 경쾌한 필력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응축시킨 기운이 엿보인다. 영아기 걸음마 때부터 수신(修身)으로 잡기 시작한 붓의 연륜과 관록이 그대로 묻어난다.
푸른빛이 감돌며 묵향이 그윽하게 퍼져 나가는 달빛의 향연, 문자 그대로 음풍농월의 장면이다. 낭만적 관조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다. 작가 자신을 의인화한 노송과 만월의 해후를 극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만월이 머금은 정기에 감전되듯 몰려오는 감동과 기운을 널리 퍼뜨릴 의도가 읽힌다. “달을 따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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