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치된 총경급 상당수 홍보·교통 출신 등 전문성 결여 올해도 무경력 대거 포함될 듯
법개정 3년 지났지만 대책 없어 수사 홀대 등에 경력자 씨 말라
올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간첩 수사를 전담하게 된 경찰이 이달 말 첫 총경급 전보 인사에서 18개 시·도 경찰청 안보수사과장(총경)을 대공 분야 ‘무(無)경력자’로 상당수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말 국정원법 개정으로 대공수사권 이관이 예정됐음에도 지난 3년간 안보 수사 전문 인력이 홀대를 당하고 승진에서 배제되면서 지휘관 중에서 대공 분야 경력자의 씨가 마른 탓이다. 지난해에도 총경급 안보수사과장 23명 가운데 15명이 경비·교통·형사·홍보 출신 등 안보 수사 무경험자들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나 전문 수사 인력 양성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말 총경급 전보 인사를 앞두고 안보수사 분야 경력자를 물색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일부 시·도청에 경력 있는 지휘관을 발령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총경 계급은 현재 경찰청 본청 안보수사과장을 포함해 전국 18개 시·도청의 안보수사과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공 수사와 산업기술 유출 수사 등을 일선에서 총괄 지휘하고 본청과 시·도청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시·도청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경제 등 일반 수사 경력 보유자를 안보수사과장에 배치해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소 7∼10년을 한 분야에서 장기 수사하는 경력이 요구되는 대공 수사와 일반 수사 분야는 결이 다른 만큼, 무경력자가 지휘관에 배치될 경우 수사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형사·수사 업무를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대공 경험이 없으면 간첩 수사를 제대로 지휘할 수 없다”면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심장 분야 전문의가 없다고 정형외과 의사에게 칼을 쥐여 주고 심장 수술을 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과 7월 총경 인사 때도 경찰청과 시·도청에 무경력자가 안보수사과장에 다수 배치돼 6개월∼1년째 지휘하고 있다. 경찰청을 포함해 18개 시·도청 안보수사과장직을 맡은 총경 23명의 경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안보 수사 경험자는 8명에 그쳤다. 한 경찰 간부는 “안보 수사 기능이 찬밥 신세인 탓에 경험 있는 간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총경 승진자 135명 중 안보 수사 분야에선 단 2명이 승진했고 경무관 승진자는 0명이었다.
경찰 내 안보 수사 인력 부족 문제도 계속 거론된다.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해 724명이었던 안보 수사인력을 올해 1127명으로 403명 늘렸지만, 일선 경찰서 안보과 80%가량을 축소·폐지해 인력을 재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도청 단위 대공 수사에 집중하는 형태지만 경찰서 단위로 구축해온 첩보망이 약화하고 그동안 이들이 맡아온 탈북민 보호 역량이 축소될 수 있는 것이다. 전국 경찰서 41곳에서 운영됐던 안보과는 9곳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