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감독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성진 감독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석권

골든글로브·크리틱스상 이어
한국계 감독·배우 2회연속 낭보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해 행복”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한국계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이 합작한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최고 권위를 가진 방송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을 각각 거머쥐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직전 열린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배우 이정재가 해당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회 연속 낭보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성난 사람들’은 미니시리즈(A 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분야에서 총 11개 부문 13명(작)이 후보에 올랐다. 이 중 ‘성난 사람들’은 사전 시상 부문인 캐스팅상·편집상, 의상상을 거머쥐어 일찌감치 3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작품상·감독상·남여주연상·각본상 등을 추가했다.

먼저 수상이 결정된 이 감독은 단상에 오르며 스티븐 연과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트로피를 받은 이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은행 통장은 마이너스였다. 돈 없이 은행에 갔더니 ‘1달러 저금하러 오신 거예요?’라고 묻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에미상을 받게 될 줄 몰랐다.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것을 새삼 체감한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미국 주요 시상식의 꽃으로 등극했다. 지난 7일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등 3관왕에 올랐다. 14일에는 제29회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여우조연상(마리아 벨로)을 수상하며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여기에 에미상까지 더해지며 ‘성난 사람들’은 미국 방송 부문 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K-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유통되고, 한국계 크리에이터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에미상 등에서 한국적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이날 시상식 전 “‘BEEF’는 한국인들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담고 있고, 주류 미국 드라마와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면서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에게 힘이 되는 수상 소식을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10부작 ‘성난 사람들’은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에 격노해 서로 복수하고 해코지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한국계 대니가 극중 가족이나 친척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거나 한인 교회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한국계 이민자 2세의 삶을 상세히 묘사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영웅담 중시’ 할리우드 흥행공식 배제가 성공 원동력

“한국 영화 굉장히 독특한 얘기
다른문화 가진 이들에 공감대”


“미국 영화는 노골적인데, 한국 영화는 미묘하다.”

왜 세계가 ‘코리안 디아스포라’(한국인 이민자) 이야기에 귀 기울일까? 이 질문에 대해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이민자가 미국 사회에서 겪는 애환을 다룬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사진)은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 미국 주요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이에 앞서 영화 ‘미나리’(2021), 애플TV ‘파친코’(2022) 등이 한국적 이야기로 전 세계 관객과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를 실제 한국인 이민자 크리에이터들이 빚어내고 있는 현상도 흥미롭다.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은 이민 1.5세로 ‘소니’(sonny)라는 미국명 대신 공식 크레디트에 ‘Lee Sung Jin’을 고수하고 있고, ‘패스트 라이브즈’로 각종 시상식에서 주목받고 있는 셀린 송 감독은 ‘넘버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한국에서 태어난 후 캐나다에서 자랐다. 이 외에도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 실제 자신과 부모가 겪은 삶을 작품에 녹였다.

이들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가 아니었다는 것은 오히려 영웅담을 중시하는 할리우드의 흥행 공식에 따르지 않는 내러티브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이삭 감독은 “우리들은 롤모델 없이 열심히 작업했다. 오히려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얘길 들었지만 열정을 갖고 길을 찾아 개척했다”면서 “한국 영화는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이 각자 이야기를 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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