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기형적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은 소수 정당 배려나 사표(死票) 줄이기 등 원론적 타당성을 반영하긴커녕, 정반대로 정상적으로 국회에 진입하기 힘든 저질·극단 인사의 원내 진입 수단으로 악용됐다. 게다가 거대 정당이 모두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대국민 사기극 정치까지 자행했다. 그 결과 국민은 지난 4년 위성정당 출신 의원의 폐해를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위성정당 꼼수가 더 교묘해지는 등 악성 진화할 조짐을 보인다. 비례대표(47석) 배분 방식을 놓고 갈팡질팡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유지를 내비치면서 지난 총선 때보다 복잡한 온갖 술수가 난무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5일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면서 절반은 병립형으로, 절반은 연동형으로 뽑는 반반제(半半制) 방식도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서 병립형을 시사했으나, 군소정당과 재야단체 압박이 커지자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군소 정당들은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강·정책이 다른 정당이 오직 의석수만 갖고 뭉쳤다가 선거 뒤 해산하자는 야바위 방식이다.

비례연합정당은 4년 전 민주당과 4개 소수 정당이 야합해 생겨난 위성정당보다 더 노골적 꼼수다.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게 해주면 민주당 지지 운동을 하겠다는 거래 제안이나 마찬가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소수 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앞 순위에 배치하고, 민주당은 뒷순위에 배치하면 위성정당 논란은 더욱 불식될 것”이라며 선후제(先後制)를 주장했으나, 모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다른 정당 소속으로 내는 게 속임수 정치 아니고 뭔가.

그런 기형적인 제도로 국회에 들어온 비례대표들은 끊임없이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유포자인 김의겸,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로펌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시민단체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미향, 부동산 논란에 휩싸였던 양정숙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조국·송영길 정당까지 등장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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