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91개나 되는 법정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준조세’로 불리는 법정부담금 제도는 1961년 도입된 이래 63년 동안 운용되고 있다. 법정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에 따라 정부가 국민과 기업 등에 부과하는 금전 지급 의무를 말한다.

현재 법정부담금은 91개로 분류되는데, 올해 징수 예정인 법정부담금은 24조6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실제 사례로 △모든 출국자에게 부담시키는 ‘출국납부금’ △영화표 가격에 3%가 매겨지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담배 1갑당 841원이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들 수 있다.

법정부담금은 부담자가 공공사업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거나 특정 사업으로부터 편익을 얻게 되는 경우 등에 부과된다. 즉,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공익사업 추진 및 정책 목표 달성 등을 이유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환경개선부담금은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므로 그 피해를 유발한 원인자에게 오염물질 처리 비용을 부담케 하는 목적으로 매겨진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쌀 때 경유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환경오염 비용을 분담시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유·휘발유 간 가격 차이가 별로 없고, 최근에는 디젤 엔진 기술 발달로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크게 줄었다. 심지어는 경유가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더 환경친화적일 수 있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환경개선부담금은 변함 없이 유지돼 2022년에도 2400억 원이 징수됐다.

환경개선부담금의 경우 소비자가 경유차를 선택해 낮은 연료비라는 이익을 얻었고, 동시에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부담금의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이 작동된다고 볼 수 있다. 남산1호터널과 남산3호터널에 진출입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혼잡통행료도 같은 논리로 부과 이유가 이해된다.

그런데 2006년에 도입돼 전기 요금의 3.7%를 매기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숨겨진 세금과 다름없다. 오늘날 전기 사용은 선택 사항이 아니므로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될 수 없으며, 전기료를 내는 가구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추가로 낸다는 사실을 거의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용도에는 전력산업 관련 연구개발(R&D)과 원전 감축을 위한 발전(發電) 사업 등이 있는데, R&D의 세부 사업에 원자력 핵심 기술 개발이 포함돼 있어 원전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정부의 전력산업 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마련하는 게 옳은가. 이런 사업들은 조세를 통한 일반재정으로 수행하는 게 옳다. 환경개선부담금처럼 시대와 환경이 변했는데도 예전 기준대로 적용해 부담금제를 운용해야 하는가. 법정부담금 전면 재검토는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 부과의 합목적성 및 원칙을 따져보고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부담금 때문에 국민이 보는 피해를 줄여 보자는 취지로, 오랜만에 듣는 민생을 위한 좋은 정책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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