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검사 후배’로 알려진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윤석열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이영 전 장관 모두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서초을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나섰다. 이 지역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버젓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4년 전 서울이 말 그대로 ‘초토화’됐을 때도 박 의원은 1만2003표, 8%포인트 이상 격차로 비교적 여유롭게 승리했다. 경북 구미을도 비슷하다.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이 모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같은 당 김영식 의원이다.
하태경 의원이 험지 출마를 선언한 부산 해운대갑, 동료들이 ‘선거운동 안 해도 되는 지역’이라고 시기 섞인 평을 내린 지역구다. 여기도 대통령실과 내각의 정면충돌 양상이 벌어졌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모두 여기서 이 한 몸 ‘희생’하겠다 한다. 심지어 경쟁에서 탈락한 인사는 부산의 다른 지역에 공천받을 것이라는 설도 파다하다. 한 부산 지역 예비후보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자기들끼리 지역구 후보를 내정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엔 맞서 싸우겠다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민주당 의원이 버티는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직을 걷어차고 고향에서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기로 했다.
4년 전 참패한 국민의힘에 이번 총선은 꽤나 힘든 구도다.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 의석 혹은 제1당이 절실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4년간 지역을 다진 160여 명의 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에서 장·차관 이력을 새긴 수십 명의 ‘예비군’에 맞서 열세 지역을 탈환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는 출사표를 내놓은 이들이 향한 곳은 따뜻한 후방의 보급기지다. 이른바 텃밭, 어느 당이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가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니 전방엔 장수가 없다. 한 관계자는 “서울·경기·인천에는 공천만 잘하면 이길 수 있는 지역이 꽤 있는데,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정면 승부 대신 내전을 택한 이들을 향한 당내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컷오프(공천배제)된 의원들, 낙천한 후보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항’했던 게 4년마다 반복됐던 일인데, 이 같은 갈등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비판적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할 의원들이 권력의 희생양인 양 행세하는 모습도 재연될 것이다. 당이 내놓는 혁신 방안도 ‘곡해’되기 일쑤다. 16일 발표된 동일 지역 다선 의원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 대해 ‘정치 신인 발굴과 지역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만큼이나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를 위한 지역구 비우기’라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혁신과 변화의 몸부림이 또 다른 기득권 챙기기로 해석되는 건 엄청난 손해다. 텃밭에 출마하려는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은 진정 원하는 것이 ‘국회의원 배지’인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인지 답해야 한다. 그 답에 따라 총선 승패도 갈릴 것이다. 이제 공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