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14차례 수심위 중 기소 권고 후 불기소 없어 기소 사건 다수는 법원에서 ‘무죄’ 받기도
그동안 검찰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뒤집고 불기소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5일 수심위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기소를 권고한 만큼 검찰이 ‘선례’를 뒤집고 기존의 불기소 입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은 김 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론 낼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 1월 수심위가 설치된 이래 이번 수심위를 제외하고 총 14차례 수심위가 열렸으며, 수심위의 기소 권고가 뒤집힌 사례는 ‘0건’ 이었다. 수심위 외부위원들은 대부분 불기소나 수사중단을 권고했으며, 검찰이 이를 뒤집고 기소한 사례는 있었지만 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다만 검찰이 수심위 권고에 따라 기소를 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한 사례는 여럿 있었다.
2018년 4월 제2차 수심위는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보복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을 구속기소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안 전 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1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같은해 9월 제4차 수심위는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강남훈 홈앤쇼핑 전 대표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은 이에 따랐지만, 2021년 5월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반면 고(故) 김홍영 검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받아들여 기소했고, 지난해 3월 유죄가 확정됐다.
지난 15일 열린 수심위에서 서부지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청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부위원들은 기소를 권고했다. 수심위 운영 지침에 따르면 검사는 수심위 권고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심위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서부지검은 기존 수사결과, 수심위의 권고, 대검 회의결과 등을 종합해 김 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이르면 이주 내 확정할 방침이다.
수심위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 로스쿨 교수는 “검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고 수심 외부위원들은 기소 의결을 하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공소권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수심위 제도가 변질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만약 검찰이 김 청장에 대해 기소 결론을 내고 향후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제도가 변질되면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여론에 휩쓸리기 쉬운 외부위원들이 사법적 판단을 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