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합니다 - 권도훈(32)· 권아영(여·31) 예비부부

‘소개팅 상대가 저 사람만 아니길….’ 제(아영)가 남편을 처음 봤을 때 했던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저 사람만 아니길 바랐던 그 사람과 오는 3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되네요.

저와 예비남편은 2021년 12월 26일에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틀 전인 크리스마스이브에 “키도 크고, 회사에서 평판도 좋은 남자와 소개팅하지 않을래?”라는 친구 제안에 급히 잡힌 소개팅이었습니다. 연말을 쓸쓸하게 보내기 싫었거든요. 소개팅 장소였던 카페에 조금 일찍 도착했어요. 창밖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나올지 설레면서 기다렸어요. 추운 날씨에도 예쁘게 차려입고 나갔습니다. 카페 밖에서 시커멓고 키가 큰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요. ‘설마, 저 남자는 아닐 거야! 아니길…’이라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 생각했어요.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리지 않는 걸까요. 하하. 진한 담배 냄새와 함께 검정 롱패딩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제 앞에 멈췄습니다. ‘이번 소개팅은 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죠. 저는 다시 이 남자와 볼일이 없을 거로 생각하고, 남편에게 느낀 그대로 말했어요. “소개팅 직전에 담배 피우고, 옷차림도 너무 경우 없이 대충 하고 나오신 거 아닌가요?”라고 했죠. 남편은 제 면박에 화들짝 놀라면서 죄송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영 씨가 메시지로)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라고 해 따뜻하게 입고 왔다”고 서둘러 해명했어요. 그 모습이 무척 순박해 보였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인제 그만 일어날까요?”라는 제 말에, 남편은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저랑 밥 같이 먹어 주시면 안 돼요?”라고 부탁했어요.

소개팅 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1월 1일 새벽, “나랑 사귀어줄래?”라는 남편의 투박한 고백과 함께 저희는 연인이 됐어요. 그날 남편은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첫 시작을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말도 했어요. 촌스러운 고백에도 다정함과 진심이 느껴졌죠.

sum-lab@naver.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