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정치 세력을 지칭할 때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의 성이나 이름의 한 글자를 따서 ‘친윤계’니 ‘친명계’니 ‘친낙계’니 하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여 년 동안 우리 정치계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정치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로 성이나 이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동교동계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이 있는 마포구 동교동에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도동계는 동작구 상도동에 살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 세력을 지칭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동교동의 지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서울에 와서 “동교동을 가려는데 어떻게 가야 합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동교동은 표기된 한자(東橋洞)의 소리였을 뿐, 당시 사람들은 그곳을 우리말 지명인 ‘웃잔다리’로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교동’과 ‘웃잔다리’는 소리로는 도저히 연결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면 ‘웃잔다리’는 무슨 뜻이고, 왜 東橋洞이란 한자로 표기된 것일까?

‘웃잔다리’에서 ‘잔’은 ‘가늘다’란 뜻을 가진 ‘잘다’에서 온 것이다. 이 동네의 모래내(沙川) 위에 가늘고 긴 다리가 있어 마을 이름을 ‘잔다리’로 불렀는데, 한자로는 가늘 細(세)자, 다리 橋(교)자, 마을 里(리)자를 빌려 細橋里로 표기하였다. 마을은 둘로 나뉘어 있었는데, 상류에 있는 마을은 ‘웃잔다리’로 부르면서 한자로는 동북쪽에 있다고 하여 ‘東細橋里(동세교리)’로, 하류에 있는 마을은 ‘아랫잔다리’로 부르면서 한자로는 서남쪽에 있다고 하여 ‘西細橋里(서세교리)’로 표기했다. 일제강점기에는 ‘細’를 생략하고 ‘東橋里’와 ‘西橋里’, 세 글자의 한자로 바꾸었다.

동교리와 슬프게 사라진 ‘웃잔다리’, 두 지명을 연결시킬 수 있는 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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