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는 등 경제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준의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로 재정집행에 나서는 등 경기부양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재정 조기 집행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구조개혁의 지연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구조적 문제도 경제 아랫목을 데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월 설 명절을 계기로 내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는 물가를 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면, 올해는 침체된 경기 회복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불변지수)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으로는 1.4%나 줄었다. 한국은행도 지난 18일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을 통해 민간소비가 지난해 4분기 들어 회복 동력이 약화돼 앞으로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도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하며 지난해 7월 2.4%에서 0.2%포인트 낮췄다. 올 상반기까지 내수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주 설 민생 대책을 조기에 발표했다. 오는 4월 총선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역대 최대 규모인 388조 원의 재정을 풀어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규모 재정집행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안정은 경기침체를 동반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정부의 재정집행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인한 기업 성장잠재력 저하 및 인구·기후위기 등 악화된 구조적 여건도 정부의 부양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한국은 ‘글로벌 혁신지수 평가(WIPO, 2023년 기준)’ 대상 132개국 중 규제환경 53위, 기업정책 58위,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품시장규제지수(2021년)에서 진입장벽 규제 수준은 38개국 중 4위로, 한국의 규제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심각하다”며 향후 구조개혁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