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바닥경제’- 중소기업·소상공인 위기<上>
소비위축 계속돼 체감경기 꽁꽁
한계상황 내몰린 中企 역대최대
경리단길 등 주요상권 살얼음판
“이번달 지출만 600만원 넘는데
매출이 100만원도 안되니 막막”
“부가가치세, 임차료, 전기료까지 이달 지출만 600만 원이 넘는데 지금까지 매출이 100만 원도 안 되니 막막합니다.”
22일 서울 주요 인기 상가 중 한 곳인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9) 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억 원 가까이 줄었는데, 올해는 그 절반도 안 될 것 같아 도매상에 당분간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출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 양대 축인 민간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올해 경기회복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주식·주택 등 자산가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서민·중산층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유동성 악화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40년 동안 운영했다는 김모(62) 씨는 “코로나19 때 저리로 빌려주던 대출이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만 한 달에 100만∼200만 원씩 나가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회복한다고 해서 버텼는데 물건이 한두 개씩 팔리기 시작한 게 끝이었다. 물가가 너무 오르니 소매상에서도 거래가 뚝 끊겼다”고 했다.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전망치는 ‘79’로 백화점,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온라인쇼핑 등 모든 업태에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대한상의는 “유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계 기업이 줄줄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올해 20.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었다.
소상공인 생활 안정,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도 지난해 1∼11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0% 증가한 1조182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이 노란우산 공제금을 수령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창업을 해봐야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한계 소상공인 연착륙 유도와 자생력 제고 방안 마련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 정부 때 무더기로 만들어진 각종 노동규제로 경영 효율성이 악화한 데다, 건설 및 소비침체, 고금리 등 악재가 쌓여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경영의 신이 와도 기업을 살릴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김호준·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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