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 문제로 확산되기도

올해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 발언,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촉발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사이의 충돌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마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주의, 이재명 개인 사당(私黨)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의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정청래 의원”이라며 “김경율 회계사가 이 지역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김 비대위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전략 공천’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위원장은 이어 18일 김 여사 문제와 관련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19일에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틀 뒤인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가 서울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실장은 한 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총선 출마 발언이 ‘사천(私薦)’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대통령실 입장과 함께 한 위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사퇴 요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표면으로 분출됐다. 한 위원장은 다음 날인 지난 22일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예정된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올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갈등은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당 대표에 해당하는 비대위원장의 거취까지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 실장이) 법상, 사리상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참모들이 와서 전달하고 했으면 보필을 잘못한 것 아니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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