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대학 시절부터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저도 힘들 때 그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는데, 다른 사람의 문제를 의리 있게 돕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친구가 자기 문제를 상의하는 방식에 지칩니다. 몇 달 전에는 이직을 고민한다고 하면서 다른 회사 두 군데의 장단점을 얘기하길래, 두 군데 중 한 군데에 대해 열심히 조언해줬더니 결국 친구는 기존 회사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에 대해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얘기하는데, 이직처럼 제가 헛된 충고를 하는 꼴이 될까 봐 헤어지고 싶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을 잘 모르겠다면서 남자친구가 그래도 좋은 점이 많다고 얘기하네요. 연애와 직업 등 앞날에 대해 걱정이 많아서 양가감정이 드는 것은 이해하는데, 저는 감정보다는 해결책 중심의 대화를 하는 사람, ‘MBTI(성격유형검사)’에서 전형적인 ‘T’(사고형)라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A : 해결책 제시하기보다는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
▶▶ 솔루션
사람의 감정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바뀌는 주기가 너무 짧을 경우 주위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기 마련이지요. 친구의 마음이 자꾸 변하는데도 그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원래 관계가 좋았구나 싶습니다.
감정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 자체보다도 내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영향을 받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날씨가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상황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바로 그 순간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이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감정은 그 순간에는 언제나 옳지만, 시간의 축 안에서는 변화가 큽니다.
감정을 호소하고, 거기에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환기 효과(ventilation effect)’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은 반드시 내 감정에 대해서 모든 상황에 옳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 순간에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만 타인이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기만 해도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적 공감 대신에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려고 하면, 오히려 들어주는 입장에서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