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현태(29)·이소연(여·29) 부부
저(현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짝사랑한 동창과 13년 후 다시 만나 지난해 결혼했습니다. 땡땡이무늬 목티, 아직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내의 모습이 그려져요. 그때 조금 쌀쌀한 날씨였는데, 아내가 절 보고 살짝 웃었어요. 그 모습에 반했죠. 힐끔힐끔 쳐다볼 때마다 ‘쟤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루는 점심시간에 제 짝꿍이 “넌 우리 반에 누구 좋아하는 애 없어?”라고 물었어요. 비밀이라면서 ‘소연’이라는 이름을 말했죠. 근데 짝꿍이 바로 아내에게 가서 “얘가 너 좋아한대”라고 말했어요. 당황스러워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아내는 당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다는 게 신기했대요. 또 부끄러워하는 제 모습이 귀여웠다네요. 그게 전부였어요. 그해 아내가 전학을 가면서 멀어지게 됐어요.
13년이 흘러 아내를 대학교 캠퍼스에서 다시 만났어요. 학교 내 카페에 앉아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있었어요. 아내였죠. 아내를 다시 본 게 신기해서 같이 있던 동기들에게 “저기 앉은 사람이 내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야”라고 말했어요. 동기들이 인사라도 하고 오라고 등을 떠밀어, 아내 앞에 다가가 “안녕, 소연아. 나 기억나?”라고 물었어요. 당시 아내는 저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같은 동아리 소속 사람인가 싶었대요. 제가 같이 다녔던 초등학교와 제 이름을 말하자, 그제야 기억했어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날 저녁, 저희는 동네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며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근황을 공유했어요. 아내는 신기하게 그날 ‘이 사람이랑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사귀기도 전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저희는 재회한 날로부터 일주일도 채 안 돼 연인으로 발전했어요.
4년 연애하고 지난해 9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10대 때 짝사랑과 20대 때 우연히 재회, 이젠 부부가 돼 30대를 향해 함께 가고 있는 거죠. 사랑만 해도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언제나 건강하고 예쁘게 오래오래 사랑하며 살게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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