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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중혼적 관계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내연녀로부터 지급받은 돈은 순수한 애정 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법률상 혼인 관계에서 이뤄지는 금품 수수와 마찬가지로 평가돼야 한다"

24일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구창모 부장판사)는 부정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금융 실명거래·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7) 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선고된 4억1545만 원 추징 명령도 취소했다.

정부 부처 간부급 공무원인 A 씨는 장모 등 통장으로 2017년 6월 중순부터 같은 해 말까지 내연녀에게서 7900여만 원을 생활비로 받고, 2021년 말까지 5차례에 걸쳐 4억31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에 상관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내연녀로부터 거액을 받아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통상적인 연인 관계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많기는 하나, 사실혼 관계에 있고 앞으로 혼인하기로 약속한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하고 4억1545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에 A 씨는 "내연 관계를 숨기기 위해 차명 계좌를 사용했을 뿐 탈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사실혼 관계이므로 청탁금지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금융거래 실명거래 위반죄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 대상인 A 씨가 내연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것이 드러나게 되면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해 차명계좌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 4000만 원을 1000만 원으로 줄였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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