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고한 나눔 장기기증 - 아들 장기 기증한 이나라씨
“출생 10개월만에 사고로 뇌사
아동·청소년 3명에 생명 선물”
작년 이식대기자 첫 5만명 넘어
뇌사 장기기증자는 483명 그쳐
지난 2020년 이나라(32) 씨의 소중한 둘째 아들 고 서정민 군은 돌을 갓 넘긴 나이에 3명의 아동·청소년에게 심장·폐·간·신장을 선물하고 천사 같이 떠났다. 이 씨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단장지애(斷腸之哀)의 마음을 “정민이 일부가 어딘가에서 계속 숨 쉬고 있다”는 믿음으로 이겨내는 중이다. 이 씨는 뇌사 추정 상태였던 아들의 장기 기증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과 잘 이별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장기 기증을 택했고, 3년이 흐른 지금 후회는 단 한 점도 없다고 했다.
서 군과 같은 뇌사자 장기 기증은 6년 동안 400명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장기·안구·조혈모 등 장기 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장기 이식은 뇌사자의 장기 기증보다는 친족 간에 이뤄지는 ‘생존 시 이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문가들은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잠재적인 장기 기증 희망자로 분류하는 ‘옵트아웃(opt-out)’ 제도 등의 장기 기증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6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안구·조혈모 등 이식대기자는 5만1857명에 달했다. 신장·간·췌장·심장·폐 등 고형 장기만을 따로 추리면 4만3421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는 483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환자 가족에 의존하고 있는 장기 기증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 이식은 크게 ‘뇌사자 이식’과 ‘생존자 이식’으로 나뉘는데, 생존 시 이식은 지난해 기준 친족 관계가 84%를 차지하는 등 가족 단위에서 주로 이뤄진다. 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 수를 나타내는 뇌사 기증률(PMP)을 보면,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7.88명(2022년 기준)에 그쳤다. 반면, 생존 시 장기 기증은 48.02명으로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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