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지 4년11개월 만인 지난 26일 무죄가 선고됐지만, 여야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쉬쉬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주역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고, 수사를 책임졌던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은 분명하다. 문재인·김명수 합작의 사법농단 몰이였고, 그로 인한 사법부 정치화 및 타락이었다.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이 야합한 ‘사법 적폐청산’ 와중에 유능한 법관 100여 명이 법원을 떠났고, 빈자리를 문 정권 코드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등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채웠다. 당시 핵심 역할을 한 이탄희·이수진·최기상 판사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김형연·김형식 판사는 문재인 청와대의 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부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문 전 대통령 집권 기간 온갖 국정 파탄이 벌어졌지만, 사법부 인사와 제도 실패 폐해는 극심했다. 실력 있는 정통 법관들은 밀려나고 정치 성향 인사들이 대법관 등 중요 보직을 차지했다. 판사 탄핵과 관련된 ‘김명수 거짓말’은 상징적이다. 하급심 판사에게 비판받는 대법관도 있었다. 그 결과 여권 정치인 관련 재판의 무기한 지연 등 편파 진행 등으로 법원의 독립성·중립성은 망가졌다. 이재명 사건 재판부 등이 대표적이다. 법원장추천제 도입,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인사 포퓰리즘도 만연했다.

한시바삐 이런 폐해를 청산하고 인사와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인사에서 법원장추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곧 일반 법관 정기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무능·정치 판사를 도태시키고, 유능한 법관을 중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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