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안된 타인 간 대화 녹음파일
증거능력 없다에도 1심 증거채택
대법 판례 예외 적용에 법조계도 갑론을박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 학대 혐의로 특수교사가 기소된 사건 1심 재판에서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이 인정돼 징역형 선고유예가 나온 데 대해 법조계에서 논란이 제기된다.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2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기존 판례고, 부모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기 위한 목적이 있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요지”라며 “예외를 적용한 것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14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지난 1월 11일 초등학생에게 폭언해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사건에서 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간 대화는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를 제3자가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주 씨 아들 교사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정당성·상당성·긴급성·보충성이 인정된다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장애인 특수학교의 경우 녹음 외엔 아동 학대 정황을 밝혀낼 다른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몰래 녹음한 파일에 정당행위 법리를 적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판결이 대법원 판례를 배척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상급심 판단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교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유·초·중·고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마어마한 선례를 남긴 셈” “매시간이 공개 수업” “녹음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에 임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특수교사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이날 오후 수원지법 앞에서 녹취록의 증거 능력 배제 및 특수교사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판결은 장애 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교육 현장에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해질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무연·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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