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경찰이 동의 없이 촬영한 성매매 여성의 신체 사진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강희석)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에서 증거로 제출된 A 씨의 나체 사진을 1심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촬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진 촬영이 강제수사에 해당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함에도 법원으로부터 사전영장 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며 증거 배제 결정을 했다"며 "이러한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판시했다.
앞서 경찰은 2022년 3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현장을 급습해 나체 상태인 A 씨와 성매수 남성 B 씨의 몸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자기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A 씨 측은 경찰관들이 단속 현장에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고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진이 단속팀 소속 경찰 15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수사정보’라며 공유되기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9월 "사진 촬영으로 인한 A 씨와 B 씨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해당 사진에 대해 증거 배제 결정했다. 다만 나머지 증거를 종합한 결과 A 씨의 성매매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첫 판단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경찰의 이런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편 A 씨는 경찰이 사진 촬영뿐 아니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과 함께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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