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마리아 섬에 조성된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고층 건물들이 우뚝 서 있다.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마리아 섬에 조성된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고층 건물들이 우뚝 서 있다.


■ 한-중동 ‘석유없는 미래’ 준비한다 <10>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가보니…

외국기업, 지분 100% 소유 가능
영국법 적용하고 법인세도 면제

쇼핑몰에 BTS 간판 ‘한류’ 인기
경제협력 바탕 韓 기업유치 관심




아부다비=글·사진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35㎞ 떨어진 알 마리아 섬에 다다르자 세련된 디자인의 고층 빌딩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동 국가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넓게 펼쳐진 사막과 낙타 대신 우뚝 선 마천루와 고급 차량 행렬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서울 여의도나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을 연상케 하는 이 지역은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청결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 있는 종려나무 등 현지 식물들이 이곳이 중동 지역임을 실감케 했다.

이곳에는 세계 금융·보험·핀테크(금융 IT)·관광 기업 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불리는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 세계에서 3000여 사에 육박하는 기업과 인재들이 모여 있는 대단지답게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녔다. 남녀 직장인들은 중동 전통의상인 칸도라(남성)나 아바야(여성) 외에 깔끔한 양복과 투피스 치마 정장 등으로 개성을 뽐냈다. 주요 빌딩 로비에는 전화로 바쁘게 업무 처리를 하거나 비즈니스 미팅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약 930만 명인 UAE 전체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가운데, 이곳에서는 아랍어 대신 영어가 공용어 역할을 하고 있었다.

UAE가 막강한 오일머니와 파격적인 투자유치 인센티브,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금융·핀테크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가 국제사회에서 나올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5년 아부다비 법 제4호와 연방 법제에 따라 만들어진 ADGM은 금융·보험·법률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자유구역으로, 지난 2020년 기준 금융·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2650개 사를 유치했는데, 현재는 3000여 사를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할 기관은 법인 등록과 인허가 업무, 정부 관련 서비스 지원 등을 담당하는 ‘등록청’(RA)과 국제적 표준을 모델로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서비스 규제기관’(FSRA), 영국 보통법을 적용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ADGM 법원’으로 나뉜다. ADGM 관계자는 “ADGM은 면적이 1438만㎡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지구 중 하나”라며 “이를 포함한 아부다비는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의 본거지이며 자본에 대한 강력한 접근성과 세금 친화적인 환경, 동서 시장과의 독특한 연결성, 뛰어난 의료 서비스, 선도적 교육기관 등 여러 장점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투자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오일머니’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기간 전년 대비 52% 증가한 315억 달러(약 40조8200억 원)의 투자 계약을 체결해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 국부펀드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도 ADGM을 중동 진출을 위한 최적의 전진기지로 평가하며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UAE 현지인들도 최근 한국과 중동 간 경제·문화 협력 강화 분위기에 환영을 표하며 한국 기업·인재 유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 이날 만난 UAE 현지인 칼리드 알 무헤리(34) 씨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등 한국과는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교류·협력이 한층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감을 표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건강·의학 쪽에서 교류·협력이 늘었으면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정부 지원과 글로벌 기업 간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ADGM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외국인 고급 인력들도 ADGM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레바논 출신 리야드 토마스(40) 씨는 “주로 해외에서 근무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6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ADGM은 해외에서 온 기업이라도 100% 지분 소유가 가능하고 법인세도 면제해주며 UAE 현지 법이 아닌 영국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사업하는 데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ADGM에서 한류 인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대형 쇼핑몰 입구 근처에는 해외 고가브랜드 디올 모델로 나선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 사진이 여러 장 크게 내걸려 있어 보행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쇼핑몰을 찾은 현지 여성은 “광고 사진 주인공이 지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평소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준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