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장서 횡포 논란

月구독료 42% 올려 1만4900원
미국 16%·영국은 8%대에 그쳐
필리핀선 3800원만 내고 이용

가족상품 없는 곳 韓포함 2곳뿐
소비자協 “정부 차원 해결해야”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의 반열에 올랐지만, 국내 사용자에 대한 요금제 역차별 문제는 여전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가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을 기습적으로 대폭 인상한 것은 물론,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는 학생이나 가족 요금제는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한국 사용자만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유튜브가 단일한 요금제만 고수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슬로베니아 2곳뿐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8일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약 42.6% 인상했다. 2020년(8690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국가별 유튜브 프리미엄 최근 인상률을 보면 미국이 지난해 7월 16.7%, 영국은 같은 해 8월 8.3%에 그쳤다. 이 같은 비싼 구독료를 피하기 위해 해외 가상 사설망(VPN)으로 우회해 다른 국가 요금제를 쓰는 사용기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튀르키예 57.99리라(약 2500원), 필리핀 159페소(약 3800원), 베트남은 8만9000동(약 4300원)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만 ‘가족 멤버십’과 ‘학생 멤버십’ 요금제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팽배하다. 구글은 가족 멤버십을 40여개국에서, 학생 멤버십을 84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족 멤버십은 1명이 구독하고 동일 거주지를 인증받으면 총 6명까지 이용할 수 있어 개인 멤버십보다 약 30~40% 저렴하다. 학생 멤버십은 학생 인증을 거쳐 개인 멤버십의 60% 전후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에 대해 “한국에서만 한 번에 40% 넘는 인상률을 책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온다”며 “이는 시장의 다른 선택지가 없어 나타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 시장에선 1등 사업자에 수요가 몰리기에 이를 떠나기 힘든 소비자를 ‘봉’으로 취급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 등 횡포를 부리게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가 가격 정책이나 과세 등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모바일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1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 4547만 명을 기록하며 카카오톡(4525만 명)을 제치고 국내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앱이 됐다. MAU는 한 달에 1번 이상 앱을 사용한 이용자 수를 뜻한다. 유튜브는 사용 시간에서도 다른 앱을 압도했다. 지난달 기준 유튜브 앱의 국내 총 사용 시간은 약 19억5000만 시간으로 2위 카카오톡(5억5000만 시간)의 3배, 3위 네이버(3억7000만)의 5배에 달한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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