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남궁원(왼쪽)과 윤여정.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남궁원(왼쪽)과 윤여정.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 원조 미남배우 남궁원 별세

서구적 외모에 연기력 겸비
신상옥 감독과 만나며 만개
연거푸 대종상 남우주연상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인 남궁원(본명 홍경일)이 5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남궁원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눈을 감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수년 전부터 폐암과 싸워왔다. 1934년생인 고인은 180㎝에 이르는 큰 키에 조각 같은 서구적인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로 당시를 풍미한 남자 배우들과는 차별화됐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한양대에 다니며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모친이 자궁암 진단을 받아 치료비가 필요하자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 밤이 다시 오면’(1958)으로 데뷔한 남궁원은 거장 신상옥 감독과 만나며 만개했다. 신 감독의 ‘자매의 화원’(1959)에 출연하며 처음 인연을 맺은 직후 신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사 신필름의 전속 배우가 됐고, 신 감독의 대표작인 ‘빨간 마후라’(1964)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장일호 감독의 ‘국제 간첩’(1965), 이만희 감독의 ‘여섯 개의 그림자’(1969) 등 액션 영화에서 남성미와 정의로움을 강조하는 역할로 주목받았다. 워낙 긍정적 이미지가 강해, 그가 북한 간첩 역할을 하려고 했을 때 검열 당국에서 ‘잘생긴 배우가 간첩을 연기하면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막았다는 일화도 있다.

외모와 목소리가 주는 신뢰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모범적인 남성의 모습을 주로 그렸지만, 다양한 연기 변신도 시도했다. 신 감독의 ‘내시’(1968)에서는 포악한 성격을 지닌 권력자로 분했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0)에서는 외도를 저지르는 우유부단한 재력가 중년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남궁원의 파트너가 배우 윤여정이었다.

이후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고인은 최하원 감독의 ‘다정다한’(1973), 이두용 감독의 ‘피막’(1980)으로 연거푸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국회의원과 언론사주를 지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홍 회장은 “살아 숨쉰 모든 순간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라고 아버지를 보낸 슬픔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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