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적 관심사였다. 초격차를 다투는 글로벌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족쇄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5일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재판에서 ‘전부 무죄’라는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주가조작, 배임과 회계 부정 등을 저질렀다며 19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거의 6년이 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이 회장의 승계를 유일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배임 주장을 배척했고,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허위로 호재를 공시했다는 혐의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촉발된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은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었다. 이 사건 전까지 8차례 수심위 권고 내용을 검찰이 100% 수용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의 실상도 보여준다.

이 회장은 107번의 재판 중 96회 출석하고 외국 출장도 제한받았다. 경쟁사들은 이 회장이 재판에 발이 묶인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로 애플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대만의 반도체 ‘공룡’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단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이 국빈처럼 대접받는데 국내에서는 반기업 정서에 시달린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기업 적폐 몰이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도 다시는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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