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안을 두고 오랜 진통 끝에 극적으로 합의한 유럽연합(EU)과 헝가리 사이에 또 다른 갈등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EU가 헝가리의 ‘주권 보호법’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해서다. EU는 이 법이 실제론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반민주적인 법으로 보고 있다.

아니타 히퍼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헝가리에 EU법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공식 통지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의 공식 제재 절차인 법규위반심사절차(infringement procedure)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히퍼 대변인은 헝가리의 주권 보호법이 "민주주의 원칙과 EU 시민의 선거권을 보장한 EU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개인 정보와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여당이 발의해 지난해 연말 가결된 이 법은 선거운동 중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정치적 신조에 반하는 이들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처벌하는 데 남용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미국도 "여당과 견해가 다른 이들을 위협하고 처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날 EU 집행위가 정식 제재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헝가리는 2개월 안에 집행위에 공식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집행위는 헝가리가 법 시행 철회를 거부면 유럽사법재판소 제소 절차를 밟게 되며, EU법 위반에 대한 벌금 등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EU가 법치주의 결함 등을 이유로 이미 헝가리에 대한 EU 배정 기금을 상당수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가 가해진다면 헝가리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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