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문가가 보는 무당층
논란 생길때 국정 부정평가 급증
정치혐오 많고 자기이익에 충실
무당층의 움직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 변화보다 국정운영 방식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무당층의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동향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방미 중 말실수 논란이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년 5월 이후 실시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관련 조사의 월별 통계를 살펴보면, 무당층의 응답 중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 2022년 10월과 지난해 12월로, 모두 66%를 기록했다. 2022년 10월은 윤 대통령의 방미 중 말실수 논란이 터진 직후이고, 지난해 12월은 야당이 김 여사 문제 관련 공세 수위를 높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밖에 이준석 전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갈등을 겪던 시기(2022년 8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를 선출하며 진통을 겪은 직후(2023년 4월) 등도 무당층의 부정평가는 65%에 이르렀다.
주요 현안 관련 조사에서도 일반 여론보다 무당층이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특히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 문제처럼 본인의 건강이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이슈에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3년 8월 29~31일 실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조사에서 ‘매우 걱정된다’ ‘어느 정도 걱정된다’ 등 ‘걱정된다’에 해당하는 전체 응답은 75%였던 데 반해, 무당층은 84%가 ‘걱정된다’고 답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당층의 비중보다 무당층의 성격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 참여형’이 아닌 ‘정치 혐오형’의 성격을 띠고 있어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혐오형 무당층은 자기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며 “정책 개발도 이념적 갈라치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당층의 이러한 모습은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오히려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 모순적인 경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당층이 주로 20~30대에 포진하고 있어 SNS나 언론 보도를 통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한국갤럽이 1월 30일~지난 1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무당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연령별로 18~19세가 42%로 가장 많았고, 30대(29%), 40대(17%), 60대(15%), 50대(14%), 70대 이상(8%)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들은 모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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