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재출마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월 22일 위스콘신주 빅벤드에서 열린 노조 행사에 참석해 여성 낙태권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재출마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월 22일 위스콘신주 빅벤드에서 열린 노조 행사에 참석해 여성 낙태권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 해리스 인기 바닥에도 대안 없어 고민
공화, 10여 명 트럼프 낙점 기대 속 충성경쟁
역대 최고령 경쟁에 유사시 승계 가능성 높아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세계 최강국 2위 권력자? 실권 없는 얼굴마담?’

오는 11월 제47대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반부터 일찌감치 선두자리를 굳히면서 러닝메이트인 부통령후보 경쟁에 오히려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팀 스콧 상원의원과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 당의장 등 10여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점을 기다리며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지지율이 낮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교체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7일 포브스·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는 지난 4일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부통령을 고르지 못했다. 부통령은 누구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참여를 독려했다. 설문에는 부통령이 정치인 또는 비정치인이어야 하는지, 부통령이 집중해야 할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군 복무를 마쳤어야 하는지, 독실한 신자여야 하는지 등을 묻는 항목이 나열됐다. 부통령 후보를 추천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주관식 문항도 포함됐다. 현재 공화당 안팎서 거론되는 부통령후보는 스콧 상원의원과 놈 주지사, 스테파닉 당의장 외에도 J.D. 밴스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헨리 맥매스터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캐리 레이크 전 애리조나 주지사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 전 경선주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 등 10여 명에 이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팀을 봤을 때 그는 괜찮고 훌륭하면서도 매우 겸손했다. 놈 주지사 역시 나를 위해 정말 열심히 싸웠다"라며 스콧 의원과 놈 주지사를 직접 후보로 거론했다. 그는 지난 1월 인터뷰에서는 스콧 의원과 그레이엄 의원, 맥매스터 전 주지사를 언급했고, 같은 달 마러라고 사저 만찬에서는 잠재적 러닝메이트 후보 관련 질의에 자신을 지지한 최초 의원 중 한 명인 스테파닉 의원을 "킬러"라고 부르며 공개 칭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칼슨 전 진행자를 부통령후보로 거론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거매니저였던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고문은 5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그가 러닝메이트로 유색인종을 선택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며 "더 많은 노조원, 무소속, 첫 유권자, 재향군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흑인 등을 포괄한 미국우선주의 운동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확실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일찌감치 해리스 부통령이 다시 러닝메이트로 2024년 대선에 함께 나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낮은 지지율로 최근 30년래 역대 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부통령으로 꼽히면서 민주당 진영에서는 부통령후보 교체론이 간헐적으로 제기된다. 여론조사분석업체 538에 따르면 1월 19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7.5%에 불과한 반면 그를 반대하는 의견은 53.5%였다. 취임 후 최저수준인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38.8%)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홀만 젠킨스는 "국내이슈에 한정된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노쇠한 대통령과 국제적 위험에 직면한 국가에서 봤을 때 잘못된 대통령"이라며 "글로벌 사건들이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인수할 준비가 돼 있는 강력한 부통령후보 지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 바로 다음 자리이지만 사실 대통령제 국가 미국에서 부통령은 한계가 명확하다.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이고 각종 국가위원회 의장, 대통령 특사 등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실제 권한은 별로 없다. 하지만 대통령직 승계권과 상원의장 겸임권 등 두 가지 권한은 중요하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 대통령직에 오르는 등 미국 역사에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사례는 9차례에 달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81세, 77세로 올해 미국 대선이 역대 최고령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유사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부통령후보의 중요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부통령후보 기준에 대해 "언제나 한 가지다. ‘누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나’이다"라며 "언제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의장 겸임권한 역시 초당적 협력이나 대화·타협 문화가 퇴색하는 정치 양극화 속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부통령은 보통 때는 상원에서 투표권이 없고 표결에서 찬반 동수가 나왔을 때만 균형을 깨는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32번째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존 C. 캘훈(1825~1832년 재임) 전 부통령이 세운 31회 기록을 거의 200년 만에 경신했다.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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