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OTT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
아시안컵 중계권 따낸 CJ ENM
tvN 채널·티빙 앱 등 통해 송출
4강전 새벽 시청률 28.2% 달해
인기 편차 큰 문화 콘텐츠보다
팬 두터운 스포츠경기가 안정적
지속 구독자 확보 ‘최고의 카드’
“축구는 졌지만, CJ ENM은 이겼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2023 아시안컵)이 끝난 후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갔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소위 ‘역대급’ 라인업을 구축한 국가대표팀이 연일 ‘극장골’로 축구팬들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진행된 요르단과의 4강전 시청률은 무려 28.2%(전국 유료가구 기준)였다. 이번 대회의 중계권을 따낸 CJ ENM은 tvN, tvN스포츠 채널을 활용한 TV 중계,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티빙을 통한 온라인 중계로 ‘국가대표 경기는 지상파에서 본다’는 편견을 깼다. 향후 이런 흐름은 지속된다. CJ ENM은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의 온라인 중계권을 따냈고, 또 다른 OTT 쿠팡플레이 역시 국내 프로축구 K-리그를 비롯해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포뮬러원(F1), 유럽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안정적 구독자 확보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OTT들도 일제히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인기 스포츠 리그 중계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아시안컵, 어디서 보셨나요?
‘2023 아시안컵’ 초반, “어디서 봐야 하나?”라는 반응이 적잖았다. 국가대표 대항전을 통상 지상파 채널에서 보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채널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시청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르단전 총 TV 시청률 28.2% 중 tvN은 20.9%, tvN스포츠는 7.3%였다. 채널 인지도가 채널 선택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는 방증이다.
온라인 중계는 티빙과 쿠팡플레이로 분산됐다. tvN이 2023 아시안컵 중계권을 확보한 후, 그중 온라인 중계 권리를 쿠팡플레이에 재판매했기 때문이다.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콘텐츠 시청이 익숙한 MZ세대와 일부 스포츠팬 사이에서 쿠팡플레이를 통한 스포츠 시청은 낯설지 않다. 이미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꾸준히 중계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OTT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예능만 챙겨보던 시대는 지났다. 스포츠 중계 역시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왜 OTT는 스포츠 중계권을 넘보나?
CJ ENM은 tvN스포츠를 통해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등 테니스 메이저 대회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레이버컵 등 테니스 대회를 중계하고 있으며,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 중계권, 독일 분데스리가, 유로 2024 등의 중계권도 갖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실제 구독자, 이용자 증가로 이어진다. 꾸준히 스포츠 중계 시장을 두드린 쿠팡플레이의 지난달 앱 월 이용자 수(MAU)는 778만5131명(모바일인덱스 기준)으로 2020년 12월 출시 후 역대 최대치다. ‘2023 아시안컵’과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예매 중계권 확보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쿠팡플레이는 12일 열린 NFL 결승전 ‘제58회 슈퍼볼(Super Bowl LVIII)’을 국내 생중계했다. 팝스타 어셔가 출연한 하프타임 쇼까지 볼 수 있었다.
OTT는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모회사 CJ ENM에서 제작하는 각종 드라마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한 티빙을 비롯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과 ‘킹덤’, 디즈니+는 ‘무빙’, 쿠팡플레이는 ‘SNL코리아’ 등을 앞세워 구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콘텐츠별로 인기 편차가 크다. 편당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는데 혹평받기 일쑤다.
반면 스포츠 경기는 안정성이 높다.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한 명문 구단들이 고정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중계 인력과 해설진 구성을 제외하면 인건비도 적게 든다.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며 몸값 비싼 연출자가 작가, 스타를 섭외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중계권료 자체는 높지만, 일단 구매하면 시즌을 통째로 활용할 수 있고 스포츠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지속한 구독자 확보를 위해 최고의 카드인 셈이다.
◇티빙의 KBO 중계가 가져올 변화는?
일각에서는 ‘이제 프로야구도 TV로 못 보나?’라고 물음표를 그린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CJ ENM은 티빙을 통한 온라인 중계권만 가져왔다. 2019∼2023년 KBO 온라인 중계는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카카오 다음)이 가졌지만 기간이 만료됐다. 올해부터 이런 포털에서는 KBO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CJ ENM의 KBO 중계권 확보는 OTT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티빙은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1177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1200억 원을 투자해 KBO 중계를 품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해 12월 기준 티빙의 MAU는 521만 명으로, 쿠팡플레이 MAU 665만 명에 뒤진다. 티빙보다 문화 콘텐츠가 현저히 적은 쿠팡플레이가 꾸준히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한 결과다. 이 싸움을 위해 CJ ENM이 스포츠 중계권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또한 티빙은 또 다른 토종 OTT인 웨이브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양측은 합병 비율을 두고 눈치 싸움 중이다. MAU를 주요 영향력으로 고려해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를 MAU가 상승하면 티빙이 합병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티빙은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KBO는 1∼9회, 매회 공수 교대 과정에서 꾸준히 광고를 배치해왔기 때문에 광고 노출에 대한 구독자들의 거부감이 적다. 즉 KBO 중계가 광고 요금제 연착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7일 CJ ENM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다음 달부터 광고요금제 도입과 비즈니스 확대로 톱라인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면서 “광고요금제는 가입자 10명 중 2∼3명이 이용할 것이며 10%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해외 OTT의 중계권 확보 경쟁은?
해외 OTT 역시 스포츠 중계권 확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인기 프로그램인 ‘로우’(RAW)의 10년간 독점 중계권을 50억 달러(약 6조6500억 원)에 확보했다. 직전 중계료가 5년간 13억 달러(1조7300억 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몸값이 2배 정도로 상승했다. 국내 WWE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미국 내 인기는 여전하다. 미국에서 ‘로우’는 연간 시청자가 1750만 명에 이른다.
애플TV+는 미국프로축구의 독점 중계를 위해 매년 25억 달러(3조3250억 원)를 쏟아붓고 있다. 10년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월드 클래스’ 리오넬 메시가 이 리그에 이적하면서 효과가 배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NFL 목요일 중계를 위해 10년간 매년 10억 달러(1조3300억 원)를 베팅한다.
“OTT 스포츠 중계,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 침해한다” 지적도
■ ‘보편적 시청권’ 기준 의견 분분
“스마트폰 시청 비약적 증가세
TV 기준으로 보는 건 지엽적”
과거와 달리 국가적 스포츠 경기를 지상파 외 플랫폼에서 중계하는 사례가 늘면서 ‘보편적 시청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국가 대항전의 경우,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 제2조 25호는 ‘보편적 시청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시청자의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고시 제2016-14호를 통해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국민관심행사)의 경우 동·하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 중 성인 남자 및 성인 여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는 국민 전체가구 수의 90% 이상 가구, 동·하계아시아경기대회·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성인 남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및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관하는 경기(월드컵축구 예선포함) 등은 국민 전체가구 수의 75% 이상 가구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편’의 범위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한 시청 행태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보편’의 기준을 ‘TV’로 보는 것은 지엽적 시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KBO의 경우 인기 스포츠 리그라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처럼 국가대항전이 아니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에 포함되는 콘텐츠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시청이 익숙한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뉴미디어 플랫폼이나 신규 채널을 통한 중계의 경우 지상파·종편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방송법과 인터넷TV(IPTV)법을 통합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OTT를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논의 단계일 뿐 구체적인 구상은 미비하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은 공익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경쟁이 중계권료만 올려놓고 있다. 유료 채널에 가입하지 못한 서민층에서는 국민적 볼거리를 놓치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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