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 획정 논의 늦어져
본인 지역구 버리고 옮기기도
정치 신인일수록 더욱 치명적
“선거에선 1분 1초가 귀한데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있어요. 정치신인일수록 이런 기회비용은 더 치명적입니다.”
4·10 총선을 56일 앞뒀음에도 여야의 선거구 획정 논의가 공전하면서 지역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9일까지 논의를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논의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선거일 39일 전에야 합의를 이룬 지난 총선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전북과 경기 부천의 선거구가 1석씩 줄어들어야 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제시안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선 불확실한 선거구 탓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부산 남구을의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 남구갑·을의 합구 가능성 때문에 점퍼·명함 등에 지역구 이름을 빼고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만 적은 채 반쪽짜리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아직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남구갑(대연5동)과 남구을(대연1동)이 마주 보는 대로변에 사무실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노원을)은 지난 9일 노원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곳은 같은 당 고용진 의원의 지역구다. 앞서 선거구획정위는 지난달 서울 노원 갑·을·병을 갑·을로 합쳐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국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서 선거운동을 무작정 미룰 수 없는 우 의원이 본인 지역구를 버리고 옆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셈이다. 전남 여수을에선 예비후보들의 공개 비판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조계원 민주당 예비후보는 “경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 여수·순천 갑·을·병 지역구 획정안이 등장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선거구 유불리에 따라 인위적으로 짬짜미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공개 비판했다.
안동·예천에 공천을 신청한 황정근 국민의힘 후보는 “당선되면, 법정 시한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거구획정위 안을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을 미뤄 유권자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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