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강판 공장의 한 창고에 출하를 앞둔 전기강판 제품들이 쌓여 있다. 김동훈 기자
지난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강판 공장의 한 창고에 출하를 앞둔 전기강판 제품들이 쌓여 있다. 김동훈 기자


■ 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뛴다 - (5) 포스코

전류 전방향 흐르는 ‘하이퍼NO’
지난해 광양제철소에 설비 준공
올해 30만t 생산능력 확보 목표
향후 북미지역에 공장신설 검토

“설계·시공부터 조업도 달성까지
기업 노하우 집약된 프로젝트”


광양 =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지난 1일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전기강판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두루마리 휴지 형태로 말린 약 20t에 달하는 코일 강판이 특수 제작된 롤러 등을 통해 얇은 커튼 형태로 펼쳐지면서 마지막 공정 절차인 소둔(열처리) 및 코팅 처리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미래 전기차에 최적화된 ‘하이퍼 NO(Non-Oriented electrical steel·무방향성 전기강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전기강판은 크게 전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방향성 전기강판(GO·Grain-Oriented electrical steel)과 한쪽이 아닌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흐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구분된다. 방향성 전기강판이 정지 방식의 변압기, 리액터 등에 사용된다면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회전 방식의 발전기, 모터 등에 주로 활용된다.

하이퍼 NO는 포스코가 만든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철손(철심이 들어있는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에는 등급이 있는데, 하이퍼 NO는 철손값이 1㎏당 3.5W 이하인 고효율 제품이다. 철손값이 낮은 하이퍼 NO를 구동모터 철심에 적용하면 기존 전기강판 대비 에너지 손실을 30% 이상 낮춰 모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광양제철소에 준공한 고효율 친환경 전기강판 공장 전경.  김동훈 기자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광양제철소에 준공한 고효율 친환경 전기강판 공장 전경. 김동훈 기자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향후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철강사의 미래 알짜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4월 친환경차와 고급 가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하이퍼 NO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 판단, 총 1조 원을 투자해 연산 30만t 규모의 하이퍼 NO 공장을 착공했다. 그중 1단계 투자인 연산 15만t 규모의 생산 설비가 지난해 11월 29일 준공됐다. 축구장 약 34개 면적에 달하는 24만㎡ 부지에 들어선 전기강판 공장에는 현재 총 3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말까지 라인을 증설해 총 연산 30만t 규모(광양제철소 기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날 직접 현장을 둘러본 결과, 전기강판 공장에는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스마트팩토리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돼 있었다. 1시간가량 공장을 둘러봤는데 대부분 공정에서 작업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강판 공장은 현재 소재 공급부터 제품 생산까지 단위 작업이 모두 자동화돼 있다”며 “작업자들은 현장 설비에 직접 접근할 필요 없이 통합 운전실에서 설비를 조작하고 최종 제품 품질까지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품이 생산되고 출하되기까지 총 3단계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t에 달하는 강판 코일을 옮기는 작업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생산된 제품을 저장해두는 창고에 들어서자 수십t에 달하는 전기강판들이 마치 ‘인형 뽑기 기계’를 연상시키듯 천장에 달린 대형 트레인에 매달려 차례로 출하 지점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또 전 공정에서 코일을 비롯한 소재의 라인 간 이동도 모두 무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각 라인을 거친 소재는 ‘무인 대차(AGV·Auto Guided Vehicle)’를 이용해 다음 라인으로 이동하는데, AGV에는 가동 범위 내에 보행자나 장애물이 감지되면 차량이 경보를 울리고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사고 방지 기능들이 탑재돼 있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강판 공장 신설은 지난 1979년부터 전기강판을 생산해 온 국내 유일 전기강판 생산업체로서 포스코의 노하우가 집약된 프로젝트”라며 “포스코이앤씨, 포스코DX 등 철강 엔지니어링 전문 그룹사와의 협업으로 설계부터 시공, 시험 운전, 조업도 달성까지 포스코그룹 자체 기술력으로 종합 엔지니어링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향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지역에 전기강판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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