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합니다 - 이혁선(32)·서수정(여·30) 예비부부

저(수정)는 예기치 않게 내린 비 덕분에 예비신랑(예랑)을 만났습니다. 2년 전 봄, 저는 루프톱이 있는 한 술집을 찾았습니다. 일행과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원했던 루프톱에 앉지 못하고, 1층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큰 남자가 저희 테이블에 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예랑이었습니다. 그날 예랑의 일행과 합석하면서 늦은 저녁까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해 그날 저희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첫 만남 장소가 술집인지라 상대에 대한 경계심과 조심스러운 마음에 쉽게 연락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저 혼자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것과 다르지 않았죠. 예랑의 계속되는 연락에도 일주일에 한 번 답장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예랑은 포기를 몰랐습니다. 꾸준히 제게 연락했습니다. 그런 모습에서 저를 향한 진심이 느껴져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1년 넘는 연애 기간을 거쳐 저희는 다가오는 4월 결혼식을 치를 계획입니다. 저희 둘 다 즉흥적인 성격이에요. 한 번은 영화 ‘중경삼림’을 보다가, 바로 홍콩행 비행기 표를 끊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예랑은 제가 하자는 걸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수선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바로 차를 대기시켜둬요.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본인 일정을 다 빼두고 제가 우선입니다. 또 고민이 있으면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해결책을 제시해 줘요. 결혼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해요. 예랑과 연애하면서 ‘이런 지혜로운 사람과 살아가면 많이 의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만남도 기적처럼 느껴져요. 저희가 처음 만난 날 비가 좀 더 일찍 왔다면 그 술집을 찾지 않았을 거예요. 또 비가 오지 않았다면 루프톱에 앉아, 예랑과 마주치지 못했을 거예요. 흔히 있을 일도 예랑을 만나면서 운명이 된 거죠.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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