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중국 전자상거래의 대명사 ‘알리바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자사의 타오바오(淘寶) 등의 내수 플랫폼이 ‘저가 정책’을 밀고 나가는 핀둬둬(<手변+幷> 多多테무) 등 경쟁 업체들에 위협받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내 대표적 알리바바 마을인 장쑤(江蘇)성 사지(沙集)진의 판매자들은 최근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나 티몰을 이용하다 핀둬둬로 옮겨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시골 마을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하며 이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던 주민들은 돈을 벌면서 점점 공장 설립하거나 전문적 상거래 등에 나서면서 마을을 발전시켜 나갔고, 이같은 알리바바 마을은 중국 내에 7800여 개에 달한다. 사지는 도시 내에 알리바바길, 마윈 대로 등이 있는 ‘알리바바의 텃밭’임에도 내부 판매자들이 다른 플랫폼 도입에 나서고 이는 것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021년 최고치보다 4% 감소했다. 리서치 그룹 번스타인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난 2019년 68%였던 알리바바의 점유율이 2023년엔 4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사지에서 5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한 창업주는 "시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핀둬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도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플랫폼 변화는 2019년 이후 중국 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았던 것도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 변화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핀둬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실상 판매망만 제공하는 알리바바보다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핀둬둬 등에 판매자들도 끌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샤지의 한 판매자는 "최근 알리바바와 핀둬둬를 통해 서둬들이는 수익이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마윈 퇴진 이후 재도약을 노리는 알리바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쩡이우(曾億武) 항저우(杭州)사범대 부교수는 "농촌 시장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의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쇼핑객과 판매자는 더 이상 10년 전처럼 알리바바의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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