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단짝 유연주·진세은
성공회대 명예학사학위
딸 대신 졸업장 받은 두 아빠
“아직 딸 생각하는게 힘들지만
마지막 행사라고 생각해 참석”
“세은이가 떠난 뒤에도 아내와 함께 자주 학교를 찾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딸이 여길 졸업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으면서도 슬프고 그러네요….”
15일 오전 열린 서울 성공회대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는 학사 269명, 석·박사 76명 등 총 345명이 학위를 받은 가운데 뜻깊은 졸업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성공회대는 지난 2022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고 유연주·진세은 학생에게 명예학사학위를 수여했다. 두 학생의 아버지는 이날 졸업식에서 김경문 총장으로부터 학위증을 받았다. 참사 발생 당시 21세였던 이들은 올해 23세가 되어 함께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
두 사람은 성공회대 20학번 IT융합자율학부 동갑내기 친구였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난 뒤 음식점에서 나와 길을 걷다 참사를 당했다. 세은 씨는 대학 입학 후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받다 과제를 하기 위해 처음 교정으로 향한 날 연주 씨를 만났다. 이후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됐다. 학교에 소속감과 애교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살며 우정을 이어갔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MT를 진행하지 않자 두 사람은 직접 과 MT를 기획해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명예학위증을 받은 유가족은 학교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세은 씨의 아버지 진정호(51) 씨는 졸업식 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을 본 뒤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오자마자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좋아하던 세은이가 기억이 난다”며 세은 씨의 입학 순간을 회상했다. 진 씨는 “세은이가 기숙사에 살아 주말이면 집에 찾아온 딸을 바래다주기 위해 가족들이 학교를 자주 갔었다”며 “그렇게 딸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학교인데 이렇게 명예졸업장을 준 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주 씨의 아버지 유형우(54) 씨도 “아직 딸을 생각하는 게 힘들지만 딸이 학교를 많이 좋아했고 누구보다 성실히 살다 간 아이라 마지막 행사라고 생각해 참석하게 됐다”며 “참사 이후부터 학교 측에서 꾸준히 명예학위증 수여 의사를 보여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측은 “참사로 희생된 두 학생은 그간 봉사활동과 자치활동 등 다양한 대학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실히 대학 생활을 해왔다”며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이번 명예학사학위를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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