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중동 ‘석유없는 미래’ 준비한다 <11>
초대형 프로젝트 쏟아지는 사우디 리야드 가보니…
탈 석유·경제 위기 극복 목표로
상업·금융·관광시설 정비 한창
한국 전세계 수주액 중 중동 ‘최다’
사우디 수주규모만 전체의 83%
중기·벤처, 개발 파트너로 뽑혀

리야드=글·사진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이근홍 기자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중심지. 리야드 대표 쇼핑 공간인 ‘리야드 갤러리몰’과 5성급 호텔 ‘르메르디앙 리야드’, 99층 랜드마크 빌딩 ‘킹덤타워센터’ 등과 접한 올라야 거리로 들어서자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을 보는 듯했다. 이 지역은 주요 상업·금융·관광 시설 등이 들어선 사우디의 중심지로서, 지금도 끊임없이 추가 도시 정비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갤러리몰부터 킹덤타워센터까지 3㎞가량 이어진 길을 따라가는 동안 대규모 공사 현장과 개발 예정 부지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형 타워크레인과 트럭, 지게차 등 주요 건설 기계·장비가 즐비했다. 한 개발 예정지는 거의 축구경기장 수십 배 정도 규모는 돼 보일 정도로 마른 황토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가설 분리벽에는 경제위기 극복과 탈(脫)석유 산업을 핵심으로 하는 사우디의 야심 찬 국가 경제 개발 계획인 ‘비전 2030-킹덤 오브 사우디’를 홍보하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탈석유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가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중동이 한국 산업계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4일 코트라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동 건설 부문 프로젝트 수주 규모는 114억3400만 달러(약 15조2800억 원)로, 전년 동기(90억2000만 달러·12조600억 원) 대비 26.8%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 세계 프로젝트 수주 규모가 333억1400만 달러(44조54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중동 비중이 34.3%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태평양·북미(31%), 아시아(20.4%), 유럽(6.3%), 중남미(4.4%) 등을 앞지르는 최다 수치다. 올해도 1월에만 중동으로부터 6억4100만 달러(8574억 원)를 수주했다. 지난해 국가별로 대사우디 수주가 94억9200만 달러(12조6900억 원)로, 중동 전체 수주의 83%를 차지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50억 달러(6조6650억 원)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2022년 6월부터 네옴시티 핵심 사업인 ‘더 라인’ 지하를 지나는 고속·화물 철도 터널 공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선 한국형 원전인 ‘바라카 원전’ 수주 14년 만에 최대 20조 원 규모의 원전 5·6기 추가 건설 논의가 진행됐다.
활동 무대가 주로 국내 시장에 한정됐던 중소·벤처기업들도 중동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리야드에 문을 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김형록(44) 소장은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미래도시 구축을 꾀하는 중동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올해도 쏟아지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나 스마트시티, 교통 등으로 사업 영역이 크게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운영관리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밀레니엄 호텔앤리조트 중동·아프리카 지사와 호텔 운영 디지털 전환(DX) 계약을 맺었다. 리야드에서 만난 이웅희(36) H2O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내 호텔 운영관리 기업 중 최초로 사우디의 약 40조 원 규모 초대형 국책 관광 개발사업인 ‘홍해 프로젝트’ 파트너사로 선정돼 사우디 내 50개의 글로벌 호텔에 회사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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