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에서 바람나다’ 펴낸 90세 연출가 김우옥
뉴욕서 본 공연 감상 담아
QR코드 넣어 독자도 확인
“韓예술, 뉴욕 못잖게 발전”
“스승 커비의 작품 ‘혁명의 춤’
국내배우와 유럽서 공연할것”
“새롭게, 더 새롭게. 새롭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살면서 해보지 못한 경험, 연극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해봐야죠.” 한국 실험연극의 살아 있는 전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원장이자 여전히 현직으로 활동하는 김우옥(90) 연출가는 지난해 22년간의 공백을 깨고 무대로 돌아왔다.
원로 연극인의 업적을 기리는 ‘늘푸른연극제’에 올린 ‘겹괴기담’은 입소문을 타고 전 석을 매진시키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지난 1월에는 작년에 올린 ‘혁명의 춤’으로 권위의 동아연극상 최고령 수상의 기록을 썼다. 최근 2012년부터 뉴욕에 거주하며 보고 들은 5년의 시간을 ‘김우옥, 뉴욕에서 바람나다’(연극과인간)로 펴낸 그를 지난 13일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김 연출가는 “작년 한 해를 오랜만에 바쁘게 보내보니 쉬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다시 알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은퇴하고 다시 일을 하며 좋은 건 하려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거다. 가진 건 시간밖에 없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김 연출가의 눈에선 아흔이라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투지가 빛났다. 그의 책에는 ‘아트에세이 인 뉴욕’이라는 부제처럼 연극, 뮤지컬, 발레 등 그가 뉴욕에서 본 공연과 전시에 대한 감상과 비평은 물론 거리 풍경 등 뉴욕의 면면이 넘치게 담겼다. 풍부한 사진에서는 김 연출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각 공연마다 QR코드를 넣어 그가 관람한 공연과 전시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 연출가의 각별한 생각이 책장마다 묻어난다.
김 연출가가 처음 뉴욕을 찾은 건 1964년이다. 1970년대 뉴욕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며 그가 느낀 다양성의 도시 뉴욕은 평생 그에게 돌아가고 싶은 곳이었다. “매년 두세 번씩 뉴욕을 찾다가 아동·청소년 연극제를 준비하느라 4년을 내리 못 갔어요. 수년 만에 가니까 뉴욕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1년만 살아봐야겠다 했죠.” 그가 책에 담았듯 뉴욕은 다양한 실험예술이 예술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다. 김 연출가는 뉴욕에서 돌아온 뒤 서울에서 지낸 5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뉴욕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보낸 5년 동안 한국 예술이 뉴욕을 생각나지 않게 할 만큼 성장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좋은 연출가와 좋은 배우가 많아요. 실험을 멈추지 말고 다양성을 꽃피워야 합니다.”
연극만 바라보며 지낸 60년 동안 여전히 연극에게 묻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막장’이 필요해요. 보통의 사람들은 이야기만 막장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제 고민은 방법이에요. ‘무엇을’보다 ‘어떻게’ 올릴까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생각지 못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그게 무엇인지 연극에게 알려달라고 하고 싶어요.” 그는 살아 있는 연극이란 ‘새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의 모든 삶은 새로움을 추구하죠. 그래서 누군가는 미친 듯이 엉뚱해야만 해요. 피카소와 같은 전위 화가들도 처음에는 모두에게 외면받으니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작품 하나 때문에 파리로, 뉴욕으로 다니잖아요. 모두 다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거죠.”
김 연출가의 새해 계획이 궁금해졌다. “스승 마이클 커비 선생의 작품인 ‘혁명의 춤’을 뉴욕에 가져갈 거예요. 20세기 뉴욕에서 태어난 작품을 21세기 한국 연출가와 배우들이 뉴욕에서 공연하는 거죠. 올해는 유럽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혁명의 춤’을 불가리아와 폴란드 연극제에 올리기 위해 계획 중이다. 또한 한국 배우와 일본 배우를 동시 출연시키는 ‘겹괴기담’을 한·일 양국에서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985년 무대에 올려 청소년극의 역사를 새로 쓴 ‘별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을 내년 중 발표하겠다는 마지막 목표도 덧붙였다. “다시 한 번 싸워보겠습니다. 충격적인 연극을 준비할게요.”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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