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선 연대 보건행정학 교수

“의사들 집단행동 명분 없어
기득권 유지하겠다는 의도”

“필요성·합법성 다갖춘 정책
국민 신뢰 잃기전 그만둬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분도 없고,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은 그동안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행동입니다.”

정형선(사진)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19일 이같이 밝히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현재의 (적은 의사 숫자라는) 희소가치에서 나오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36시간 연속근무 등 과로에 대한 반발이 심한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의사와 전공의가 부족해 과로에 시달리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의사 수를 줄이면서 이런 모순이 발생했고, 이제는 잘못됐던 정책을 교정해야 한다”며 “소수의 의사에게 휘둘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둬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의사들의 무리한 행동을 질책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들의 행동은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어렵게 해서 그 자리에 올라간 만큼 의대 정원이 늘어나 다른 이들이 쉽게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기득권적인 생각이 작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은 국가들은 의사 수를 늘리며 대비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선 집단행동이 벌어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의사 수를 늘렸지만 이 같은 진료 거부는 발생한 적이 없고, 일본의 경우는 오히려 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할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늘어나는 의사 수만큼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미 의과대학들이 늘어나는 정원만큼 교육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의사 수 증가에 따라 국민 전체의 의료비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의사 인력 확충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받는 가용성 효과로 얻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향후 정부-의사 단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두고 “정부는 필수의료 확보란 필수조건과 합법적인 정책 추진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을 뒤집을 수 없다”며 “의사 단체들도 명분 없는 진료 거부를 계속한다면 국민에게 신뢰만 잃게 될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이유를 의료체계가 아닌 사회 문화 관점에서도 분석했다. 그는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넘어선 사회 문화와 관련이 있다”며 “최근 의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과거보다 희소성이 더 커졌고, 의사들은 경쟁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본인들에 대한 기대 심리가 극단화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 교수는 “의사들은 지금과 같은 희소성을 계속 바라는 것이고, 의대 증원에 따라 이 같은 기득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결국 희소성을 지키자는 것인데, 이걸 용납하면 앞으로도 의대 증원 정책을 꺼내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사들이 소수 기득권을 갖다 보니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의식이 크고, 그러다 보니 다른 직역과 다르게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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