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진국 의대증원 살펴보니
수요 대응·근무환경 개선 효과
獨·日 등 ‘집단행동’ 일절 없어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자 의대 정원을 공격적으로 늘려 왔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일절 없었다. 의료 수요 증가와 의사 부족 현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고, 의사들 역시 고된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대 증원을 반대하지 않았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년간 의대 입학 정원을 38% 늘렸다. 미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은 4만5000명이다. 이 중 3%인 1700명은 의사과학자로 육성된다. 의사 수가 충분한 만큼 임상과 기초연구 인력을 골고루 배분해 의료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고 있다. 미국 의사협회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서 전공의를 늘려 달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의대 정원은 현재 9403명이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의대 정원을 확대해 4만3000명가량 늘렸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은 전혀 없었다.
코로나19로 의료진 부족 사태를 겪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각국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독일은 2022년 기준 1만1752명인 의대 정원을 5000명 이상 늘렸다. 독일 정부는 2015년 이후 의대 정원을 매년 0.7∼2.2%씩 늘려왔다. 독일 인구는 8300만 명으로 한국보다 1.6배 많지만 의대 정원은 4.9배 많다. 독일 의대 정원은 현재 1만5000명을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2020년 기준)는 독일이 4.5명으로 한국(2.5명·한의사 포함)의 1.8배다.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해 6월 한국공동취재단과의 면담에서 “의대 정원을 연내 5000명 이상 늘리고, 추가적인 증원을 논의 중”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 배경에 대해 “의사가 도시로 몰려 지방에 의사가 없고 고령화 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영국(6708만 명)은 2021년에 의대 42곳에서 9280명을 뽑았다. 이는 2031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독일과 영국의 의대 입학 정원은 각각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게 된다. 이 밖에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도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는 의대 정원을 수십 년간 동결했다가 2021년 풀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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