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집단행동' 선동 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집단행동' 선동 글.


■ 커뮤니티 통해 불안감 자극

간호사 진료기록 볼 수 없도록
전공의에 “비번 바꿔라” 선동

“면허 박탈·징역 5년 가둬야” 등
네티즌은 의사집단에 격한 비난

경찰, 집단행동 자극 게시글 수사


이른바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오는 20일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전공의들에게 ‘환자 자료를 삭제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거부하라’는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죽기 싫으면 아프지 말라” “국민은 개돼지” 등 의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며 환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1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선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의사들의 글들이 확산하고 있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의사 인증을 받은 이용자가 “한동안 아프면 죽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라며 “일본에서 의사 파업하면서 한 달간 5000명이 사망했다. 각자도생하세요”라는 글을 썼다. 그러나 일본에서 1961년과 1971년 두 차례의 의사 파업 사태 당시 5000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다. 한 의사 유튜버가 “피부 미용 분야에서 주 4일 근무에 세후 월 1000만 원을 번다”는 취지로 영상을 올려 다른 의사들의 비난 글이 빗발치는 사건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왜 월급을 공개해서 개돼지들 열받게 하나”란 댓글을 남겼다. 이번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의사들의 월급 공개 행위가 여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서 전달 과정에서 충돌에 대비해 경찰을 대동하는 것을 두고도 경찰이 의사 파업을 감시한다는 가짜 정보가 돌기도 했다.

반대로 의사 집단을 향한 과도한 비난성 글들도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사이트에 “집단 사직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징역 5년씩 교도소에 가두면 된다”고 썼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의사 증원이 되면 월 세후 500만 원도 못 받는 중소기업 과장 정도 대우를 받겠다”는 글도 있었다. 의사에 대한 가짜뉴스와 과도한 선동 글이 의사들의 파업을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가짜 뉴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매뉴얼을 내기로 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 나오는 전공의 필독!!’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컴퓨터에서 환자 기록을 볼 수 없도록 관련 전산망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정부는 수술실이나 검사 등을 보조하는 PA 간호사를 전공의 사직에 따라 업무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다. 전문의 등 교수진에게는 업무 인수인계를 거부하라고도 쓰여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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