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전공의 업무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을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제1 야당 대표가 이를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을 해 개탄스럽다.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항간에 떠돈다”면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 혼란을 극대화한 뒤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의료대란을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유도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이다.

우선,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오랜 논의와 많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도출된 것으로, 정부도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인구 변화 추세와 다른 나라 사례 등을 보더라도 크게 무리한 숫자가 아니다. 의료대란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에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둘째, 현 상황은 갑자기 조성된 것이 아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년 동안 논의해왔다. 많은 분야에서 의견이 개진됐고, 정부는 상당 부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셋째, 2020년에 문재인 정부도 ‘2022년부터 10년간 매해 400명씩 총 4000명을 증원’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를 견디지 못해 물러섰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도 이런 계획을 지지했었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가 결단해 재추진 방침을 내놓자 이 대표도 “이번에야말로 철회하지 말고 윤 대통령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정부의 2000명 발표 직후에도 홍익표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극적 타협에 대비해 여론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미리 ‘정치쇼’ 프레임을 걸어놔야 한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그런 타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해선 안 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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