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윤슬 기자
■ 기로에 놓인 ‘이재명 체제’
임채정·김원기·김부겸·정세균 불공정 공천에 대한 우려 표명 하위 20% 통보받은 의원들은 탈당 대신 경선 참여 정면승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배제가 ‘하위 20%’ 통보를 시작으로 본격화하자,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와 국회의장까지 ‘불공정 공천’에 우려를 표하는 등 공천 파열음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심판만 믿고 있다 야권이 패배한 2012년 총선과 ‘진박(진짜 박근혜) 파동’으로 2016년 총선에 패배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파동의 데자뷔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계 의원들이 경선에 참여하겠다며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향후 공천 잡음을 어떻게 봉합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체제’의 명운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21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하위 20% 통보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사태에 유감을 표하고 이 대표에게 공정한 공천을 촉구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미국으로 출국해 참석하지 못했으나 뜻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총리와 원로들까지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이재명 공천’에 대한 우려가 야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으로 이 대표로서는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명계에서는 ‘하위 20%’ 통보가 사실상 ‘비명 찍어내기’ 작업이라고 반발하면서 4·10 총선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전날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12년 19대 선거의 데자뷔를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이번 총선 패배한다고 본다”며 “이 선거를 다시 승리의 뱃머리로 돌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열과 갈라치기가 아니라 정말 승리를 위해서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반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진보 세력과의 ‘야권 연대’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는데, 결국 새누리당에 참패했던 사례를 현 상황에 빗댄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전날 홍영표 의원실에 모여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우려를 토로했다. 하위 10% 평가를 받은 비명 윤영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어제 의원들이 모여 우리 당이 과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데 의지가 있느냐, 아니면 이 대표 개인의 사당화를 완성하는 쪽으로 가려는 것이냐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비명계의 살을 깎고 뼈를 치면서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4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 후 “공관위에서는 원칙에 따라 공천하고 있어 비명계 학살이라는 것은 우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