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500m 이상 방파제 사고시
관할 기관장 징역·벌금형 처해
지난해까지 전국 24곳 출입제한

인근 상인들은 “지역경제 침체”
낚시꾼들은 “폐쇄 반대” 청원도


포항=박천학·울산=곽시열·거제=박영수 기자, 전국종합



국내 낚시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바다낚시 명소 방파제에 중대재해처벌법 불똥이 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길이 500m 이상 대형 방파제는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으로 줄줄이 통제되면서 주변 상인들과 낚시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 명, 2018년 8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1012만 명으로 전망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 출입이 통제된 항만 내 방파제는 지난해 말까지 전국 24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각 지방해양수산청 관리 방파제는 19곳, 지방자치단체 관리 방파제는 5곳이다. 전면 통제가 16곳, 부분 통제가 8곳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 방파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관할 시설 관리 기관장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포항해수청은 오는 3월 9일부터 영일만항 북방파제 전체 4.1㎞ 중 임시 개방한 780m를 제외한 모든 구간의 출입을 통제한다. 이 방파제는 영일만항에서 어선으로 약 5분 거리에 있으며 연간 20만 명의 낚시꾼이 찾고 있다. 영일만항 주변 신항만낚시연합회 관계자는 “임시 개방 구간은 인공어초 등이 없어 낚시가 아예 되지 않는 곳”이라며 “통제하면 낚시용품점과 식당, 어선 등이 줄줄이 타격을 받게 된다”고 반발했다.

경남에서는 거제시 옥포 느태방파제 등 3곳이 최근 잇따라 출입이 통제됐다. 느태방파제 인근에서 낚시용품점을 운영하는 이모(51) 씨는 “방파제 출입 통제로 낚시꾼들이 감소해 매출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울주군 울산신항 남방파제 친수시설(낚시터) 1137m 구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마자 출입이 통제됐다. 당시 지역 낚시꾼들은 ‘방파제 폐쇄 반대’ 국민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울산의 40대 한 직장인은 “안전대책 강화를 외면하고 친수시설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이곳은 2010년부터 낚시터와 공연장, 전망대, 화장실 등 친수시설이 조성돼 낚시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방 해양수산청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방파제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당한 사람의 과실이 문제가 됐고 항만법도 출입통제 방파제에 무단출입하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인명 사고를 엄격하게 다뤄 적용 대상 방파제를 통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전국적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항만은 모두 62개가 있다. 이들 항만의 경우 대부분 길이 500m 이상 방파제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아직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방파제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논란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천학
곽시열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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