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 쌓이자 가격인하 러시
지난달 전기차 판매 11% 줄자
포드, 대대적인 가격 인하 단행
수요둔화속 점유율 확보전 가속
中업체는 “경쟁의 피바다”언급
美대선서 ‘속도 조절론’부상도
수요 둔화 ‘암초’에 직면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 가격 인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이 대선 화두로 급부상하며 세계 각국에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업체 간 치킨게임(상대가 백기를 들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생존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크로스오버 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제품 가격을 트림별로 3100∼8100달러(약 400만∼1000만 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차량 시작가는 종전 4만2995달러에서 3만9895달러(5324만 원)로 낮아졌다. 포드는 성명을 통해 “판매 성장과 고객 가치의 최적 조합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적응하면서 2023년형 모델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포드의 전기차 판매가 11% 감소한 데 따라 회사 측이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포드가 2024년형은 제외하고 2023년형 모델만 가격을 내린 건 지난해 팔지 못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계 전반에 재고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은 수요 부진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지난해 11월)이라고 비난했다.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냈던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도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업계와 노조를 달래기 위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 이후부터 전기차 판매량을 급격히 올리는 내용으로 정책 계획을 수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허샤오펑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피바다’로 끝날 수 있는 격렬한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 맞춰 완성차업체들의 가격 인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6(200만 원)와 코나 전기차(80만 원) 가격을 내렸다. 기아는 EV6를 300만 원 할인하고,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가격을 200만 원 인하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폴스타 등 수입 전기차 가격도 100만∼200만 원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판매 둔화가 뚜렷해진 현시점에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가격”이라며 “향후 3년가량은 가격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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