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적 업무 거부에 따라 한시가 급한 암 환자 등의 수술이 취소되는 등 생명 위협과 의료 불편이 시작됐다. 20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전공의의 71%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63%인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수술 취소·연기 등 58건의 피해 신고(오후 6시 기준)가 보건복지부 신고센터에 접수됐다고 한다. 정부는 21일 오전 기준 사직서 제출 뒤 진료 업무를 거부하는 전공의 6112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의료법은 의료 행위 주체를 의사들에게 국한하면서, 그 대신 진료 거부 행위를 금지하고(제15조) 집단행동 등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9조). 그럼에도 전공의 등이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것은, 자신들이 버티면 국민 생명이 위협받게 되고, 결국 정부와 국민도 굴복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과거 여러 차례 그런 악습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독점적 기능을 무기로 법치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의료 개혁은 이미 20년 이상 지체됐고, 의료 현실을 보더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예외 없이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끝까지 물어 환자를 팽개친 반인륜적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주동자에 대한 고발과 구속 수사도 필요하다. 의사면허 취소는 물론 의료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병원에 대한 업무 방해 등 가능한 모든 행정적·사법적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가 증세가 악화하거나 사망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악선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2014년 원격의료 도입, 2020년 매년 400명 증원 반대 사태 때 정부가 백기를 들고 전공의 고발을 취하하는등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다. 이러니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는 망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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