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가자 지구 전쟁을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도 이견을 보인 바 있는 두 국가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도 상반된 견해를 보인 것이다.
2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전 수도 브라질리아를 찾아 룰라 대통령을 예방했다. AFP는 미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90여분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룰라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비유 언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중재에 나설 의향을 밝히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책임을 언급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는데, 미국과 브라질은 가자 전쟁에 있어서도 또 다시 입장차를 보였다.
다만 양측 간 면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현지 취재진과 만나서 구체적인 대화 주제에 대해선 말을 아낀 채 "훌륭한 만남이었다. 양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자신의 X에 "환경 보호, 에너지 전환, 양국 간 투자 및 협력 관계 확대, 우크라이나 평화에 관한 의제를 놓고 블링컨 장관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며 블링컨 장관과 웃으며 손을 맞잡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가 개최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라며 가자 전쟁을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비유했다. 이에 격분한 이스라엘 정부가 브라질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룰라 대통령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등 룰라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비유는 양국의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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