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정경. 뉴시스.
헌법재판소 정경. 뉴시스.


군 검찰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뒤 법률 상담 나선 것 잘못”
헌재 “당직 사관에게 법령 상 의무 없는 일 시킨 게 아냐”



군 법무장교가 다른 부대에 방문해 인권 및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자 해당 부대에 협조를 구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주요 수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적극 활용되면서 일선 공무원이나 군인까지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육군본부 보통검찰부 검사가 육군 법무관으로 재직했던 A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기소유예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무죄를 선고받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자체적으로 내리는 처분이기 때문에 전과가 생기지 않지만, 검사가 피의사실 자체는 인정했단 점에서 불이익을 볼 여지가 있는 처분이다.

2군단 소속 육군 법무관으로 근무하던 A 씨는 2021년 2월 예하 부대 소속 B 중사의 차량과 교통사고가 났다. 이후 B 중사의 신분을 알게 된 A 씨는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B 중사에게 연락하며 “내가 2군단 소속 군 검사다. 좋게 해결하고 싶다”라고 밝혔지만 B 중사는 “절차대로 하라”고 답했다. B 중사의 태도에 화가 난 A 씨는 이를 따지기 위해 인권 및 법률상담을 이유로 대고 B 씨의 부대를 방문했다. 그러나 부대를 찾은 A 씨는 B 씨를 추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본래 밝힌 방문 목적대로 “인권 상담을 받고 싶은 병사들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병사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돌아갔다.

군 검찰은 A 씨가 당직사관 등을 통해 ‘인권상담, 법률상담을 하고 싶은 병사들은 본부중대장실로 올 것’을 소속 병사들에게 전달한 행위가 직권을 남용한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당직 사관이 법률 상담에 대한 고유 권한도 없을 뿐 아니라 A 씨의 직무 집행을 보조했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당직 사관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군 검사는 A 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면서 “기소유예 처분에는 중대한 법리 오해,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군 검찰은 아마 부대 방문 경위의 불순함과 이를 감추고자 인권 및 법률 상담을 지시했다는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의도와 상관 없이 직권남용이 적용될 사안이 아님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그만큼 직권남용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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