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전공의는 ‘수련생’이다. 의학교육과 면허 자격시험만으로는 부족했던 임상 경험을 선배 의사로부터 전수(傳受)한다. 대부분 고난도 수술 경험이 많은 큰 병원에서 수련하기를 원한다. 큰 병원에 몰리는 이유다. 전공의는 동시에 ‘인건비가 싼 의사’다. 경영에 도움이 되니 병원은 전공의 배정에 목맨다. 전공의가 전문의를 대체하면서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높아졌다. 서울대병원은 전체 의사의 절반 가까이가 전공의다.

국민보건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원 제외)의 2022년 수입은 86조 원이었다. 병원은 이 86조 원의 수입에서 절반 남짓을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인건비로 쓰고, 나머지는 재료비·행정관리비 등에 사용했다. 6만 명의 병원 의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8조 원이다. 1만3000명 전공의의 평균 연봉 7000만 원을 참작하면, 의사는 평균 3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의사 봉급을 얼마나 지급할지는 병원 경영의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 건강보험은 의사의 높아진 인건비를 사후에 반영해주는 기전(機轉·mechanism)을 가진다. 매년 건보공단과 병원협회 사이에 이뤄지는 ‘환산지수 계약’이 그것이다.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일률적 인상 외에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매월 개별 수가를 신설, 가산해 준다. 그러면 이 돈은 누가 낼까. 국민보건계정은 이 돈의 재원도 보여준다. 병원 수입 86조 원 중 22조 원은 환자가 병원을 나오면서 낸다. 56조 원은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8조 원은 실손보험이 지급한다. 하지만 건보료도, 실손보험료도 결국은 국민의 부담이다. 미리 내니까 의료 이용 단계에서 내는 것보다 부담을 가볍게 느낄 뿐, 의사의 높은 인건비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현 구도에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길수록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배우는 처지라 견딘다. 적은 인건비 불만은 미래 수입 기대로 삭인다. 본인의 낮은 인건비 덕분에 선배 의사가 높은 연봉을 받아도, 몇 년 참으면 나도 저만큼 받으려니 했을 터. 그런데 ‘의대 2000명 증원’ 소식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상황일 것이다. 미래 수입을 나눠 가질 사람이 많아진다니? 변호사의 수입 감소를 보던 기시감이었을 것이다.

근로소득 4000만 원 남짓으로 살아야 하는 보통 국민은 보상이 적다고 떼쓰는 고액 연봉의 응석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미래 몸값이 떨어질까봐 벌이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어른들이 용납해선 안 된다. 의료법에서 정한 원칙을 지키도록 하면 된다. 병원은 의료법대로 적정 수의 의사를 투입해야 한다. 수련생인 전공의가 없다고 업무가 마비되면 병원 책임이다. 입원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지장이 오면 병원장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의사에게는 면허의 특권에 상응한 의무가 있다. 의사의 진료 일탈은 병원장이 고발을 통해 개별 의사와 형사상의 책임을 다투고, 민사상의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

정부는 병원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돈에 합당한 의료를 제공하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전공의를 배치할지 전문의를 배치할지는 병원 내부의 문제다. 정부가 이 모두를 해결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 원칙대로 하도록 하면 국민이 이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