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7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결사반대하며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진 의사 단체 회원 300여 명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였다. 이번 주 집단 사직 행위가 벌어진 후 처음 모이는 ‘의사 궐기대회’였다. 거리로 나선 이들이 어떻게 대국민 호소를 할 것인지 많은 언론과 환자들이 집중했다.
이날 의사들은 ‘화가 많이 나 있다’는 평소 감정을 드러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나이가 비슷하니 말을 놓겠다”고 하더니 “야” “너”라며 반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의대 증원 발표에 앞서 의료계와 협의를 거쳤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을 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증원 문제를 ‘성폭력’으로 비유한 것인데, 동료 의사들은 이에 “투쟁”이라며 호응했다.
의사들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한 방송에서 지역 의대 중심의 의대 증원 방안에 대해 “지역에 있다고 의대를 반에서 20∼30등 해도 가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아주 급하면 외국 의사를 수입하라”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국민 생활·문화 수준)”라고 표현해 지역 비하 발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서 드러난 의사들의 이 같은 발언에 “엘리트 의식만 보일 뿐 의사로서의 직업의식과 희생정신은 찾기 힘든 것 같다”고 실망한 국민도 적지 않다.
의협은 내달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수만 명 규모로 시위를 벌인다. 주 위원장은 앞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 5만 명이 모였는데 그 이상 모일 것”이라며 강경 기조를 시사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말기 암 노모를 둔 딸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수술 취소에 눈물을 보였다. 강원도에서는 한 60대 환자가 다리가 괴사한 채 3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돌기도 했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곳은 바로 이런 환자들 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