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이탈 나흘째… 피해 확산
대형병원 지키는 교수·간호사
“더는 못 버텨” 피로 누적 호소
세브란스병원 헛걸음한 환자
‘공공’ 서울동부병원 찾아 진료
중형병원까지 몰려… “여기도 과부하”
대형병원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자 환자들이 인근 중형병원과 공공병원, 요양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공의 진료 거부 4일째를 맞는 대형병원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 간호사들은 “엉망인 상태로 땜빵 중”이라며 “이대론 지속 불가능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시립병원인 서울 동대문구 서울동부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고려대안암병원이나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파업 여파로 응급 환자도 안 받는다고 해 공공병원을 찾아 왔다”며 “파업이 언제 끝나는 거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 공공병원 간호사는 “당직이 없는 외래 담당도 당직을 서고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며 “당장은 비상 근무체제로 버티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연쇄적으로 우르르 붕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형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사설 구급업체 관계자는 “환자가 빅5 병원을 요구하면 ‘최소 5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며 중형병원 응급실로 안내하고 있지만 중형병원에 가서도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한 중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형병원 사정이 나빠져 인력을 줄인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견딜 만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중형병원 간호사도 “인근 대학병원에서 중환자실 환자들마저 못 받겠다고 내보내고 있다”며 “우리 같은 2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데 한정된 의료진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빅5 병원 인근 고가의 요양·한방병원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입원치료 취소 통보를 받은 암환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인근 요양·한방병원 문을 두드리면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식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환자는 “입원예정 이틀 전 병원에서 통원치료로 변경됐다고 해서 급하게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지방 환자들은 집에서 통원치료가 불가능한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 한방병원은 “파업 후로 상담 건수가 20% 정도 늘었다”며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여기 나가면 대형병원에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퇴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전임의, 교수, 간호사 등이 메우고 있지만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이들마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의사는 “임시 인력을 끌어모아 버티는 건 지속불가능”이라며 “4년 전 의사파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금방 파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쇄 파업’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말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전임의 상당수가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들은 의사가 해야 하는 약물 주입기 시술이나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CPR), 약물 처방 등을 지시받는 등 불법 의료행위까지 요구받는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총 1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업무가 과중되면서 간호사 1명당 맡는 환자 수를 줄이고 있고 의사들이 해야 하는 약물 처방까지 직접 하라고 지시를 받고 있다”며 “그냥 엉망인 상태에서 어거지(억지)로 땜빵 중”이라고 말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대형병원 지키는 교수·간호사
“더는 못 버텨” 피로 누적 호소
세브란스병원 헛걸음한 환자
‘공공’ 서울동부병원 찾아 진료
중형병원까지 몰려… “여기도 과부하”
대형병원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자 환자들이 인근 중형병원과 공공병원, 요양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공의 진료 거부 4일째를 맞는 대형병원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 간호사들은 “엉망인 상태로 땜빵 중”이라며 “이대론 지속 불가능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시립병원인 서울 동대문구 서울동부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고려대안암병원이나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파업 여파로 응급 환자도 안 받는다고 해 공공병원을 찾아 왔다”며 “파업이 언제 끝나는 거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 공공병원 간호사는 “당직이 없는 외래 담당도 당직을 서고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며 “당장은 비상 근무체제로 버티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연쇄적으로 우르르 붕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형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사설 구급업체 관계자는 “환자가 빅5 병원을 요구하면 ‘최소 5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며 중형병원 응급실로 안내하고 있지만 중형병원에 가서도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한 중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형병원 사정이 나빠져 인력을 줄인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견딜 만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중형병원 간호사도 “인근 대학병원에서 중환자실 환자들마저 못 받겠다고 내보내고 있다”며 “우리 같은 2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데 한정된 의료진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빅5 병원 인근 고가의 요양·한방병원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입원치료 취소 통보를 받은 암환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인근 요양·한방병원 문을 두드리면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식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환자는 “입원예정 이틀 전 병원에서 통원치료로 변경됐다고 해서 급하게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지방 환자들은 집에서 통원치료가 불가능한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 한방병원은 “파업 후로 상담 건수가 20% 정도 늘었다”며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여기 나가면 대형병원에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퇴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전임의, 교수, 간호사 등이 메우고 있지만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이들마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의사는 “임시 인력을 끌어모아 버티는 건 지속불가능”이라며 “4년 전 의사파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금방 파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쇄 파업’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말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전임의 상당수가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들은 의사가 해야 하는 약물 주입기 시술이나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CPR), 약물 처방 등을 지시받는 등 불법 의료행위까지 요구받는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총 1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업무가 과중되면서 간호사 1명당 맡는 환자 수를 줄이고 있고 의사들이 해야 하는 약물 처방까지 직접 하라고 지시를 받고 있다”며 “그냥 엉망인 상태에서 어거지(억지)로 땜빵 중”이라고 말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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