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밸류업’ 정책 발표 앞
기업들 가치 제고 선제 조치
삼성물산·기아 등 소각 행렬

1월 ~ 이달22일 소각 공시 규모
3조8000억으로 작년의 4.8배 달해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는 26일 발표를 앞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주주 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소각 규모만 3조8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정책 발표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2일까지 자사주 소각 공시는 총 30건으로 전년 동기(14건) 대비 2.14배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총 소각 규모는 3조84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67억 원) 대비 4.88배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없애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주식 수를 줄이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면서 남은 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주로 지주사와 금융회사가 자사주 소각 행렬에 앞장섰다. SK그룹의 정유·화학·에너지 분야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7936억 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해 공시 기준으로 가장 컸다. 삼성물산도 4월까지 1조 원을 소각하기로 했다. 기아(5000억 원), KB금융(3200억 원), KT&G(3150억 원), 하나금융지주(3000억 원), SK텔레콤(2000억 원) 등도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확대한 것은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정부는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26일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으로, 여기에는 기업 스스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공시 체계를 고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사주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자사주가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정부가 제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자사주 취득 및 처분에 관한 규정 개선안을 마련했다.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까지는 강제하진 않았지만, 이들 기업이 전체 발행 주식의 10%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할 경우 그 이유와 향후 관리 계획을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사주 제도 개선 등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라며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며 향후 기업 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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