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의 주가 지수가 같은 날 사상 최고치에 이르고, 지수 자체도 나란히 ‘39000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22일 1.18% 상승한 39069.11에 도달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앞서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도 2.19% 폭등한 39098.68로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769% 늘어난 엔비디아 주가는 16.40% 급등했다. 젠슨 황 CEO가 “인공지능(AI)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고 언급하자 다른 반도체 기업인 AMD 주가도 폭등하는 등 AI 반도체가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증시 호조는,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엔저와 초저금리에 힘입어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을 벗어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엔비디아 특수에 올라탄 스크린홀딩스(289%), 디스코(263%), 어드반테스트(181%), 도쿄일렉트론(146%) 등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도요타자동차·미쓰비시상사·스바루 등을 합한 이른바 ‘사무라이7’이 랠리를 이끄는 주역이다. ‘차이나 런’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며 도쿄는 상하이를 제치고 아시아 증시 1위에 올랐다.

미·일 증시 상승은 신기술·친기업 및 주주 친화 정책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인텔이 1.8나노 반도체로 ‘칩 워(chip war)’에 참전하자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실리콘(반도체)은 실리콘밸리로 돌려줘야 한다. 제2 칩스법이든 뭐든 계속 지원하겠다”며 ‘아메리카 원팀’을 선포했다. 일본도 TSMC 공장을 유치하는 등 TJ(타이완·재팬) 동맹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일본 기업들은 9년 전보다 2.5배 많은 18.5조 엔을 배당했고, 자사주도 2.7배 늘어난 9.3조 엔어치를 매입했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반(反)기업 정서와 노조·시민단체의 저항, 온갖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코스피는 6년 전 수준인 260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여기에 총선 리스크까지 겹쳤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