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의료 중단 나흘째인 23일 대전 유성구의 한 2차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의료 중단 나흘째인 23일 대전 유성구의 한 2차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은 절망감에서 비롯…정부에 큰 책임"
의대 여교수회,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고발 나설 듯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의료 현장이 대란을 겪는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며 충돌하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필수 불가결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부 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교수협은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 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지고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의대교수협은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원인을 ‘절망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의대교수협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비상사태에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지방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은 낮은 수가(酬價), 진료전달체계의 미비, 의료 사고시 의사의 법적 보호 시스템 부재 등"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고 했다.

의대교수협은 의사, 간호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료인력 추계를 결정하는 협의체를 새로 구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의대 교수들은 최근 의료 대란이 벌어지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사태 해결에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정부를 비판해 왔다.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이날 따로 성명을 내고 전공의와 학생에 대한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전공의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여교수회를 중심으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고발할 움직임도 나타난다. 김나영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장은 "27일 오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여동창회 대표 및 분당서울대병원 여교수회가 박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필요성과 근거를 설명하며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까지 다 추계 과정에 넣어 분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남석 기자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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